9. 낯익은 학교, 낯선 학교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특수교사는 일반 교과교사와 달리 일할 수 있는 곳이 조금 더 폭넓다. 각 기관에 파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라는 곳만 봤을 때 조금 더 선택지가 있다고 해야 할까? 대표적으로 특수학교,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있다. 특수교육지원센터는 일해본적이 없어 쓸 내용이 없다. 다만, 특수교사 및 학부모로부터의 각종 민원처리가와 함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제시하는 내용 등을 처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는 내가 경험한 학교를 대상으로 써보고자 하는데 우선 특수학교에 관한 내용이다.
앞에서 언급도 많이 했고 정보도 많기에 대부분 사람들이 특수학교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수학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것 같다. 나 역시 공교육으로 돌아오면서 특수학교로 갈 것인지 특수학급으로 갈 것인지 전혀 감이 없었다. 그냥 기간제 교사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는데 그곳이 특수학급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특수학급에서 첫 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다음 학교는 특수학교였는데 내가 경험한 학급과는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특수학교는 장애유형에 따라 발달장애학교, 정서장애학교, 지체장애학교, 시각장애학교, 청각장애학교로 나눌 수 있다. 발달장애 학교는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은 의학 기술이 발달하여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은 조금씩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후천적으로 혹은 중복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기에 학생 수가 완전히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 중에서 내가 경험한 특수학교는 발달장애학교와 지체장애학교이다. 다음 편에 학부 때 배우지 못한 내용들을 적을 예정이지만 많은 것들을 배웠고 배우고 있다. 교사의 생활적인 부분에서 특수학교는 모든 교사가 특수교사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조언을 구할 수
도 있다. 한마디로 마음이 편하다. 어쨌든 근무하는 학교의 모든 선생님이 모두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기에 적응도 빠르다. 선배교사가 멘토가 되어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관한 내용들을 알려 주기도 했고 학생들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에 오해가 적은 편이다. 업무에 있어서도 일반학교처럼 부서와 부장 교사, 계원 선생님들이 존재하고 학교 규모에 따라 일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거나 새로운 학교로 임용이 되어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장애유형이 같은 경우엔 조금 더 빨리 적응할 것이고 다르더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특수학교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스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옮기더라도 낯설지가 않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치관이 다른 교사들과의 문제, 학부모와의 문제, 학생들의 장애 정도에 따라 어려운 환경이 놓일 수도 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특수학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내가 경험해 본 특수학급은 많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한다. 특수학급의 경우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의 수에 따라 한 학급만 존재하는 경우, 두 학급 혹은 세 학급이 주를 이루고 경우에 따라 더 많은 학급이 존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급이 적다 보니 교사의 수도 한 명만 있는 곳도 있고, 2~5명의 교사가 있는 곳도 존재한다. 교사의 수는 학년별 혹은 학급의 수만큼 있는 듯하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누어 2명~3명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며 법에 나와 있기로는 학생 4명당 교사 1인이지만 이 규정이 정확히 지켜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수가 아니라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일반학교에서 특수교사는 '비주류 교사'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일반학교의 업무가 대부분 일반학생의 생활에 맞춰지다 보니 특수학급의 업무는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의 관리자 분들 중에서 특수학급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그래도 진행하기 편한데 아닌 곳도 더러 있는 것 같다. 나같이 조용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에겐 좋을 수도 있는 곳이 특수학급이지만 업무를 추진할 때 소외되거나 비관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아주 힘든 곳이 학급일 수도 있다.
학생들 또한 차이가 있다. 특수학교는 모두 '장애인 복지카드'를 가진 학생들이다. 하지만 특수학급의 학생들은 보통 '장애인 복지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간혹 장애 판정을 받지 않고 '특수교육 대상자'로 있는 학생들도 있다. 대부분 경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업을 할 때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서 자조기술이나 의사소통 등이 가능한 학생들이 많기에 생활지도 면에서도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하교 후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으로 피곤한 경우도 있다. 이 학생들은 원적학급(일반 학급)이 있고 담임도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특수교사에게 먼저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다. 장애학생은 특수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계시는 것이다.
수업에서도 어떤 학교는 특정 교과목만 특수학급으로 내려와 수업을 하지만 다른 학교는 하루 일과 중 몇 시간씩 정해놓고 내려와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학생은 원적학급에서 수업을 받다 힘들어해 특수학급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생긴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근무했던 학교는 특정 교과목 시간에만 특수학급으로 내려왔는데 그 학생이 원적학급에서 '국어'수업을 하고 있었다. 지적장애 학생에게 '국어'라는 교과는 어렵다. 어려운 한글과 한자어로 이루어진 문학 작품을 읽기도 어려운데 그 의미까지 파악하는 수업이 즐거웠을리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 학생은 수업 중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담당 교과 선생님께서 전화를 해서 가 보니 역시나 상상했던 모습이었다. 아무 말 없이 '나와'라고 이야기하니 그냥 '네'라고 이야기하며 따라 나왔다. 교과 선생님께는 양해의 말씀을 드리고 학생을 데리고 특수학급으로 가서 따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특수교사의 수업 시수는 학교에서 정한 수업 시수보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인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교사별 수업 시수가 나와 있는 것처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외부로 나가는 현장체험 학습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다. 원적학급에 소속이 되어 나가지만 해당 학년의 학생 중 어려움이 있는 경우 그 반에 배정되어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 특수학급에서만 진행하는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그 학생은 수업을 받지만 원적학급에서의 수업권에서는 배제되는 일도 발생한다. 다만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으니 넘어가지만 만약 그 학생이 좋아하는 수업이 있는 날엔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여 안타까울 때도 있다. 이처럼 독자적이며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일반학교에서의 특수교사는 교사로서의 외로움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처음에 특수학급에 발령을 받으면 아주 낯선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내가 생각한 교사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라고 생각들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 학교에 특수교사가 여러 명이면 조금 낫다. 나를 이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특수학급은 경력이 쌓이다 보면 장, 단점이 보여 적응하고 지내겠지만 낯선 곳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