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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우리 Oct 19. 2024

6. 관리직은 어렵다.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흔히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좋은 점 중 하나가 수평적 관계가 보장이 된다는 점이었다. 회사나 다른 공무원의 경우 입사를 하면 일반적으로 '사원-대리-(팀장)-과장-부장-차장....' 순으로 수직적 관계가 형성이 된다. 회사의 CEO가 아닌 이상 승진에 대한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교는 교사-(명예직인) 부장교사- 교감-교장 순으로 되어있다. 정년퇴임을 하기 전에 교감, 교장을 못하면 평교사의 신분으로 마치게 된다. 모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교감, 교장-이하 관리직이라고 하겠다-이 되고 싶은 분도 계시고 평교사로 퇴임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도 계셨다. 몇 자리 안 되는 좁은 문의 관리직을 통과하기 어렵고 통과해서 관리직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것들이 많아 그 자리를 꺼려하시는 경우도 있으며 학생들이 좋아 그냥 평교사로 남고 싶어 하시는 분도 계셨다. 이렇듯 교사에게 관리직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매력적인 자리는 아닌 듯하다.


학부생 시절 봉사나 교육실습을 하게 되면 관리직을 처음 볼 수 있다. 나 역시 처음 본 교장, 교감선생님은 학교에 대해서 소개하고 어떤 특색이 있는지 설명을 해주시며 행정 업무를 주로 하셨던 것 이외엔 잘 기억이 안 난다. 교육학 책에선 교육행정 파트에서 지도성의 유형에 대해서 나온 부분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변혁적 지도성', '분산적 지도성', '문화적 지도성', '초우량 지도성' 등이 있다. 세세하게 설명은 못하지만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변혁적 지도성'은 관리자 (주로 교장)가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자신의 어떠한 특성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평교사들에게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기대감을 가지도록 하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분산적 지도성'의 경우는 개인보다는 팀이나 집단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성향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의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초우량 지도성'의 경우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주인이 되어 자율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능력을 계발하도록 한다. 즉,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밖에도 여러 이론들이 존재하지만 공부할 당시에 이 내용들이 잘 외워지지도 않을뿐더러 도대체 교사가 되는 게 목적인 사람들에게 이런 이론화된 행정 내용들을 암기하도록 요구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교육행정이 외우기만 하면 오히려 쉬운 파트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이런 내용들이 교육에 큰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있어서 그런지 항상 어려운 파트 중 하나였다.


교육실습생이 아닌 평교사 입장에서 경험한 관리직은 어떨까? 

일반학교나 특수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여러 관리자분들을 만나면서 책에서 봤던 이론들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새로 부임한 관리자가 어떤 성향인가에 따라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고 업무 스타일도 변경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어떤 관리자 유형과 호흡이 잘 맞는지도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관리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만난 관리자 중에선 카리스마적 성향을 보이는 분도 계셨고, 학교 교사들을 지지하고 잘할 수 있도록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셨다. 모두 장, 단점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카리스마가 있으니 학교를 자신의 성향대로 이끌어가지만 그 길이 분명하고 명확했기에 일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저 내 의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반면, 일이 자기가 말한 방향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질책도 함께 따라왔다. 반대로 지지해주시는 관리자의 경우 일을 시작할 때 그 시작을 정하기 어려웠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그 선택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물론 학교 일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작년 업무를 찾아보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잡혔다. 하지만 작년 일을 그대로 할 순 없기에 매년 새로운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무튼 그 혼란스러운 과정을 넘기면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일을 하고 또 지지해주시기 때문에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몇 년 단위로 바뀌는 관리자에 따라 나의 업무 스타일도 바뀌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각각의 성향에 맞게 일을 하면 같은 일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일을 할 수 있어 새로운 기분이 들어 좋은 점도 있으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수행에서의 성향보다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의 대처가 아닐까? 

학교 일이 아무런 문제 없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관리자가 어떤 성향을 가졌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하는 이야기는 지도성의 유형이라기보다 관리자 개인의 성향, 도덕성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학교라는 곳이 매년 유사한 업무와  지도(수업, 생활)로 흘러간다. 그런데 간혹 교사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기도 한다. 개인적인 일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학생을 학대했다거나 학부모와의 마찰, 학생에게 구타당하는 일 등 예상치 못한 아주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특수학교의 경우 간혹 학생을 학대한 교사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기도 하지만 학부모와의 갈등이나 학생에게 맞은 이야기 등은 미디어에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학교 내에서 정리되거나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학대를 한 경우엔 잘못을 했기에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후자의 이야기들은 좀 다르다. 교사의 개인 문제로만 여기기엔 교사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고충이 심한데 이런 고충이 빨리 해결되기 위해선 주위에서 도움을 많이 줘야 한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손을 내밀어야 하는 분이 관리자가 아닐까? 이런 경우는 교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학교의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결과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할 것인지 결정하고 나아가야 정상화도 빨라진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생각보다 빨리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내가 경험한 관리자 중 딱 한 분 계셨다.- 원래부터 해결하는 과정의 절차들이 복잡하기도 하고 주위의 무관심이나 관리자의 침묵 등이 그 원인이었다. 관리자 분들도 나름 고충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된다. 원칙도 지켜야 할 것이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고 중립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야 하기에 곤란한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우선은 사람의 마음부터 어루만져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학생들을 위해 일하고 희생할 분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치유에 손을 얹어 함께 하는 관리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그러면 요즘처럼 힘든 학교 생활도 그나마 믿고 함께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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