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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우리 Oct 26. 2024

7. 동료교사들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과거를 돌아보면 학교를 다닐 때 학급의 학생들과 모두 친한 것은 아니었다. 진짜 친한 친구도 있었고 그냥저냥 지내는 친구도 있었으며 이름 정도는 알고 지내는 친구, 그리고 무관심한 친구와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회사나 학교의 동료도 마찬가지였다. 친한 동료가 있고 아닌 동료가 생겼다. 친한 동료들은 동학년을 하다 보니 친해진 경우, 같은 학교를 나와 동료가 된 경우, 성향이 잘 맞아서 친하게 된 경우 혹은 도움을 받고 주고 하면서 친해진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성향이 안 맞아서, 어떤 이유로 감정이 상해서 혹은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경우나 권위적인 경우 등 여러 이유에서 친하게 지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모두 나름의 이유로 친한 동료도 생기고 아닌 경우도 생겼던 것 같다.


특수학교는 학교의 규모에 따라 동료교사들이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다. 적다고 해서 혹은 많다고 해서 모두가 다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조직은 규모 따라 몇 개의 부서나 학급의 수가 정해지는데 그에 따라 직접 혹은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동료 교사들로 나눠지게 된다. 학교라는 조직 자체가 조금은 독립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느슨한 구조를 보이고 그에 따라 학교의 성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전에 말한 것처럼 관리자분들의 성향이 학교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 교사들은 몇몇 유형을 보이게 되는데 어떤 방향성을 두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언급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교육학 중 학교행정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학교 조직의 여러 이론이 나오는데 그중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공식적 조직'과 '비공식적 조직'에 관한 내용이다.' 공식적 조직'은 학교에서 조직한 체계 즉, 여러 부서의 부장과 계원 선생님들 혹은 학년별, 과정별 모임과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이런 조직은 학교 업무를 추진할 때 함께 논의하되 또 각자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 주를 이루게 되고 명확하게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비공식 조직'의 경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의 성향, 지연, 학연 혹인 개인적인 이유로 친해지고 만들어지는 조직을 말한다. 이 조직은 학교에서 따로 체계화된 것이 아니다 보니 비정규적으로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어떠한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경험상 가장 대표적인 '비공식 조직'이 '동기'가 아닐까 한다. 동기는 어떤 이유도 필요 없고, 학연, 지연 혹은 세대를 뛰어넘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비공식 조직이 된다. 처음 학교에 발령을 받고 만나는 동기들은 내가 힘들 때 위로를 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개방적인 성향을 보인다. 정말 성향이 안 맞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학교에서 잘 지내는 모임 중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동기교사들이 있는데 이 동기교사들과는 나이 차이기 꽤 나는 편이지만 아주 왕성하게 이야기하며 거리낌 없이 지내는 편이다. 아침 출근하면 수업 준비를 어느 정도 끝내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학생들이 하교하고 나면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편이다. -내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나를 편하게 생각해 줘 감사해한다.- 이런 '비공식 조직'을 싫어하는 교사들도 간혹 있다. 개인적인 성향이기에 존중은 하지만 그렇다고 눈치 보며 지낼 것은 아닌 것 같다. 예전에 한 학교에서 비공식적인 조직을 싫어하시는 관리자가 계셨다고 한다. 그래서 동기 교사들이 모임이 있을 땐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했다고 한다. 이렇듯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또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학교에서 있다 보면 동료 교사들 간의 세대차이도 많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무래도 빨리 교사가 된 경우 20 중반의 나이가 있고 오래된 교사들 같은 경우엔 정년퇴임을 몇 년 안 남겨둔 교사들도 있으니 어쩌면 20대부터 6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이 분표하고 있는 곳이 학교 일 것이다. 그래서 각 연령별로 세대 간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조금 특이한 것이 내가 교사를 처음 했을 당시 30대의 나이였지만 20대 나이의 동기 교사가 많았기 때문에 그분들과 더 친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교사 경력이 어느 정도 있던 30대 나이의 교사들과는 서먹서먹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래도 계중에 동갑인 선생님들은 친밀하게 대해주기도 했기에 또 친한 교사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20대와 30대 중간에 걸쳐 모두의 이야기를 듣게 된 행운(?)을 가지기도 했다. 40대, 50대 교사들도 있었지만 대선배 교사들이다 보니 동학년 또는 같은 부서가 아니고서야 이야기는 잘 안 하는 편이었다. 한가한 시간에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대체로 선후배 교사들 사이에 안 보이는 세대 갈등이 있는 듯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서술하니 참고만...- 나 역시 윗 세대 동료교사들에 대한 답답함이 있기는 했다. 학교라는 조직 자체가 매년 비슷한 형태로 흘러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새로운 것이 도입되면 순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신반의하는 경우도 있다. 도전적인 젊은 교사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했을 때 선배 교사들 중 일부는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뭐 하러 그런 것을 하는가?' 하며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교사들은 주눅이 들어 도전을 멈추기도 한다. 그러다 예전에 했던 것을 조금 변형해서 마무리하기도 하고 예전 것처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유형 중 하나인데 보통 이런 경우엔 답답함이 몇 배로 밀려온다. 또 하나가 '예전엔 그렇게 안 했다. 예전엔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 지금이 편하고 좋은 세상이다. 젊은 교사들은 OO을 못한다...' 등등 옛날과 현재를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경우다. 예전에 고생하셨고 힘들게 교육하신 것은 존중하지만 그것을 현재에도 그래야 되는 것처럼 이야기는 하는 경우엔 정말 답답하다. 과연 예전 것이 모두 옳은 것일까? '온고지신'이라는 사자성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힘들게 하는 것이 능률적이고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다 보니 선배교사들은 편한 것만 추구하는 젊은 교사들에게 불만이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추구하는 젊은 교사들은 예전 것을 선호하는 선배교사들에게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그냥 서로를 존중해 준다면 조금 더 유연한 분위기에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또 하나가 복무와 관련된 것이다. 요즘 젊은 교사들은 자기들이 할 일을 하고 필요하면 개인연가를 잘 활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선배교사 때는 진짜 큰일이 아니면 개인연가를 잘 사용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젊은 교사들이 개인연가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분은 '복무가 엉망이다'라고 까지 이야기하시는데 할일을 모두 하고 사용하는데 과연 무엇이 엉망인지는 잘 모르겠다. 간혹 지각을 하거나나 업무를 등한시하고 개인연가를 쓰는 젊은교사들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의 업무나 수업 및 개인 연구도 잘하는데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지나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바뀌면 바뀐 문화와 풍토를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자신의 일에 대한 책무성은 지녀야 할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잘 마무리해야 모두가 인정해 주지 않을까?


또 하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선배교사가 되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부분이다. 어쩌면 나쁜 동료교사가 되지 않기 위한 현재의 다짐이라고 해두면 좋겠다. 나쁜 동료교사.. 예전에 '나쁜 동료교사 없다.'라는 내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조금 특이한 교사는 있지만 대부분 나쁜 교사는 없다. 하지만 현장엔 나쁜 교사도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나쁜 교사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방임'하는 교사이다. 방임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방임, 수업에 대한 방임, 자신의 업무에 대한 방임 등이다. 이 모든 것을 다 하는 교사를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소위 '오늘만 사는 기간제 교사'였는데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 늘 싸우고 있었다. 당시 만났던 그분은 아직도 현직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분과 함께하는 학생들이 그리고 동료 교사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장애 학생을 지도하는데 백지 종이 한 장 주고 전 날 한 것을 쓰라고 하거나 후배교사에게 일을 시키고 자기에게 전송하도록 한 뒤 자기 이름으로 기안을 올리는 것, 학생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면 못 본 체 하거나 그 학생이 원하는 것을 줘버리고 조용하게 만드는 등 수없이 봤던 것 같다. 그분도 본인 나름의 교직관이나 가치관으로 지도를 하셨겠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땐 수용인 안 되는 교육 방식이었다. 그런 분과 업무와 관련된 것이나 생활지도와 관련된 것을 이야기할 때 늘 부딪치고 말싸움을 하다 보니 나 역시 매일 스트레스와 출근하기 싫었던 것 같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그 분 반 학생이 학교에서 사라졌던 날이 있었다. 원래는 방과 후 교실 수업에 있어야 했는데 친구들과 상담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을 데리러 왔는데 없어서 난리가 난 것이었다. 당시 방과 후 교실 담당자는 나였는데 나는 강사 시간표 관리와 강사비 지급이 주 업무였다. 여하튼 학생이 없어졌기에 학부모님께 연락드려 사과를 드리고 마무리되었는데 그 학부모님께서 이야기해 주시길 담임교사가 그 업무는 자기 업무가 아니라 내 업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었다. 내 업무가 맞긴 하지만 학생은 담임이 수업에 들어갈 때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자기에게 피해가 올까 봐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큰일이 생기면 또 다른 핑계를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여러 사건들이 있었고 학교관리자분에게 말해봤지만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 학기만에 그 학교를 나왔다. 결과적으로 나는 끝까지 그 분과 싸워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 중간에 나와 결국 책임감 없는 교사가 되었다고 나중에 이야기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분과 하루라도 더 있으면 어떤 상처가 더 생겼을지 모르니 말이다. 

그 이후로 선배교사가 되면 적어도 책임감 없는 사람은 되지 않기, 후배교사에게 떠 넘기지 않기, 적어도 급여를 받는 만큼 일하는 사람 되기 등 몇 가지 원칙들이 생겼다. 앞으로도 더 생기겠지만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존경은 아니더라도 존중받는 교사가 되었으면 한다. 이 외에도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더 대단한 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적어도 그런 분들과는 안 만나길 바라며 좋은 동료들과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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