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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우리 Oct 12. 2024

5. 특수한 학생들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한 반에 많으면 7명, 적을 땐 3명...

일반학교 비교하면 학생수가 적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더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지만 담임을 하면서 꽤 많은 아이들과 함께했다. 앞으로 만날 아이들이 더 많겠지만 기억 속에 남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1990년대엔 지금처럼 '인구 위기'라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인구로 인해 '출산지양' 캠페인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반에 아이들은 50명 내외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학생들을 다 지도하신 당시의 교사들도 대단한 것 같다. 아무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내 기준에서 50명의 학생을 그룹으로 나눠보면 공부 잘하고 모범적인 아이들, 여러 이유로 각종 사고로 인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아이들, 나같이 조용하고 큰 사고 없이 적당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들... 이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내가 교사가 되어보니 특수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의사소통 잘 되고 지시사항을 잘 따르는 아이, 조용한 아이, 여러 상황으로 인해 사고를 만드는 아이-사고라 해서 큰 일은 아니고 호기심으로 인한 파손, 친구와의 갈등, 교사에 대한 저항 등이 대표적이다- 등이다. 장애 종류 정도에 따라 이런 것들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발달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나의 경험상 이렇게 나눠지는 것 같다.

7명밖에 안 되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경험상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소홀히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에는 있겠지만 모두 귀한 나의 학생들이었다. 당연히 의사소통 잘 되는 아이들은 모든 아이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의지도 많이 되고  손이 덜 가기 때문에 조금은 수월하다. 알아서 잘할뿐더러 다른 친구들도 도와주니 고마울 수밖에 없다. 조용한 아이들의 경우 장애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긴 했지만 수동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학기 초 계적이고 세세하게 알려주면 잘 따라왔다. 가끔은 정말 모든 것이 '리셋'된 것처럼 생활할 때도 있어 답답하기도 했지만 다시 알려주고 지내다 보면 곧 따라오곤 했다. 덕분에 연차가 쌓일수록 나의 인내심 더 생겨난 듯하다. 처음 교사를 할 땐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 '이걸 어떻게 못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빈도수가 더 높아지긴 했으니 말이다. 

담임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경우가 폭력성을 가진 아이를 만났을 때다. 폭력성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폭력성으로 '자해행동'이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폭력성인데 이 경우가 난감다. 학기 초엔 아이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안 되다 보니 어떤 이유에서 그러는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수습하기 바쁘다. 우선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연락해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린다. 그리고 맞은 학생의 학부모에게도 연락을 드린다. 그럼 두 부모님께서 연락을 하신 뒤 사과를 하고 나면 일단 정리가 된다. 담임은 그 과정의 중간에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일이 참 어렵다. 내가 했던 수업 시간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전후 상황을 알아서 말씀드릴 수 있어 수습하기도 좀 더 낫다. 하지만 교과 시간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전후 사정을 정확히 모르니 하루 일과 중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의 관계도 중요한 신뢰가 두텁다면 오히려 걱정해 주며 자기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해 주시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내가 잘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고 더 신경 써야겠다 생각된다. 간혹 연락이 안 되거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니 자기는 모르겠다고 하시는 경우 또는 자식의 행동에 대해 부정하는 경우는  곤란함이 배가 된다. 이럴 땐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까? 관리자나 동료교사가 조언을 해주기도하지만 결국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담임이기에 난감질 수 밖에 없. 나 같은 경우도 저런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결국 내가 사과하고 마무리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담임으로서 책무성 때문에... 이런 일이 있고 나면 한 동안은 무력감이 밀려온다. 그만큼 폭력성을 지닌 학생을 지도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운 일이다. 나 혼자 잘한다고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은 폭력행동이 안 일어나면 되는 것인데 예상을 할 수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학생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2학기 정도가 되면 미리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좋은 이유는 천사 같은 아이들이 있고 힘든 날도 있지만 기쁜 일도 있기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동료교사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다. '아이 키우는 거 진힘든데 힘든 것 속에 기쁘게 하는 것들이 있다고..' 우리 학생들도 그런 것 같다. 수업 중 혹은 생활지도를 할 때도 지치고 힘들게 하는 것이 있지만 그 생활 속에서 나를 웃게 하고 힘나게 해주는 모습들 있다.

우리 반 학생이었던 아이는 내가 지쳐 보이는지 주머니 속에서 시탕 하나를 꺼내 주면서 '드세요'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등교하면서 가방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면서 말없이 건네주기도 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지만 고마울 때가 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결국 교사와 학생 간에 얼마나 라포가 잘 형성이 되었는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똘똘한 아이들이 많은 반도 교사와 유대관계가 깊지 않다면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고 힘들어질 것이다. 매 학기 초 '기싸움'이 있고 마치 무림의 고수들이 서로를 인정하듯 교사와 학생 간 인정하게 되면 나의 품 속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이 잘 이루어지면 여러 사건 속에서도 '애'와 '증'이 생겨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그렇게 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 아이들이 되어 한 해동안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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