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 부당하며 과도한 업무로 먼저 떠난 인천의 한 특수 선생님을 추모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25조(순회교육 등)
① 교육장 또는 교육감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일반학교 및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특수교육교원 및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을 배치하여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②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은 장ㆍ단기 결석이 불가피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 또는 원격수업을 실시하여야 한다. <개정 2020. 10. 20.>
③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은 이동이나 운동기능의 심한 장애로 인하여 각급학교에서 교육을 받기 곤란하거나 불가능하여 복지시설ㆍ의료기관 또는 가정 등에 거주하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순회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개정 2020. 10. 20.>
④ 교육장 또는 교육감은 제3항에 따른 순회교육의 실시를 위하여 의료기관 및 복지시설 등에 학급을 설치ㆍ운영하고 이에 필요한 담당 교원을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며, 학생들이 원만히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심리적ㆍ정서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신설 2015. 12. 22., 2021. 12. 28.>
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4항에 따라 학급이 설치ㆍ운영 중인 의료기관 및 복지시설 등에 대하여 국립 또는 공립 특수교육기관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신설 2015. 12. 22., 2021. 12. 28.>
⑥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순회교육의 수업일수 등 순회교육의 운영과 제2항에 따른 원격수업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5. 12. 22., 2020. 10. 20.>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반학교에는 없고(?) 특수교육에만 있는 '순회교육'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5조에 보면 순회교육에 관련된 법 내용이 나온다. 이 법을 근거로 특수학교에서는 순회교육을 신청할 경우 순회교사를 지정하여 실시하게끔 되어있다. 특수학교마다 순회교육 대상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장애에 따라 순회교육 대상자가 많은 곳이 있고 혹은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순회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적 특수성이란 일반학교에 장애학생이 있는데 학교에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간혹 지방에서 이런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부분은 장애 영역에 따라 순회교육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장애 영역은 보통 지체장애 및 중복중증 장애를 말한다. 특수교사라고 해서 모두 순회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순회교육 담당 교사가 많은 학교도 있고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있다. 그래서 교사가 되고 퇴임을 하는 순간까지 순회교육을 해보지 못한 교사도 있다. 그런 점에서 순회교육을 경험했다는 것은 어쩌면 특수교사로서 또 하나의 특이한 교육경험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만났던 교사들 중 순회교육을 하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해보고 싶거나 다시 했으면 하는 교사도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 개인적인 가치관이기에 더 깊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순회교육을 토대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교사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내가 순회교육을 경험한 것은 딱 한 해였다. 순회교사의 장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이동 거리가 있다 보니 한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나 역시 순회교사를 했을 당시 학생이 2명이었다. 우선 순회교사의 주 업무 내용은 이렇다. 순회교육 대상자는 앞서 법에 명시된 것처럼 학교에 등교하기가 힘들다. 건강장애 학생의 경우 병원에 있기 때문에 병원학교라는 제도로 교육을 받겠지만 병원이 아닌 가정에 있는 경우엔 교사가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순회교사는 학교가 아닌 순회교육 대상자 학생의 집으로 출근을 한다. 집으로 방문을 하면 가족 중 한 명과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을 주 2회 혹은 주 3~4회 정도 수업을 진행한다. 주 2회로 진행할 경우 자주 올 수 없기 때문에 수업 시간을 두 배정도 늘려서 진행하고 3~4회 정도 수업을 할 경우는 학교와 비슷하게 수업을 진행한다. 뭐가 되었든 수업 시간은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하지만 학교에 등교하는 경우보다 수업 시간이 조금은 적을 수밖에 없다. 수업 시간이 많아도 힘든 것이 순회교육 대상자가 집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오래 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수업을 하는데 집 환경에 따라 부모님이 옆에 계실 수도 있고 따로 계시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옆예 계시면 수업을 하는 동안 공개수업처럼 진행되기 때문에 순회교사 입장에선 조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순회교사를 기피하는 교사도 있는 듯하다. 수업이 끝나면 다른 학생의 집으로 이동한다. 오전에 한 명 수업을 끝내고 밖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수업을 가는 것이다. 오후에도 동일하게 한 학생 수업을 하면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학교로 가지 않고 바로 퇴근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여유 있고 한가할 것 같지만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일정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자차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 같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경우엔 피곤할 수밖에 없다. 도로에 발이 묶어 있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개인 소지품에 수업자료까지 들고 이동한다는 것이 어찌 쉬울까? 더군다나 날씨까지 영향을 받으니 비가 오거나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은 차리리 학교가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순회교사가 되어 수업을 하다 보면 정말 힘든 것이 학생과의 상호작용이다. 수업 중 계신 부모님의 유무를 떠나서 학생들과 상호작용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학생이 정말 괜찮은 상태라면 학교에 등교를 했을 것이다. 그만큼 건강상태가 위독하거나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이다. 내가 맡았던 한 학생은 '부신백질이영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영화'로렌조 오일'에서 봤던 그 병을 실제로 가진 학생을 만난 것이다. 건강이 많이 안 좋아 부모님은 항상 옆에 계셨고 수시로 목에서 가래를 빼내야 했다. 처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말은 못 했지만 나 역시 큰 충격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항상 누워 있는 그 학생을 앉혀서 수업을 할 수도 없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음악을 들려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 정도가 현실적인 수업이었다. 어떤 때는 보호자가 쉴 수 있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하시던 전신 마사지를 하고 나온 날도 있었다. -나 같은 경우 그랬다. 나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들은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안 되나?',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상당히 낮아졌던 것 같다. 수업이 생각대로 안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렇게 한 해가 마무리 되고 나는 다시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교육 경험은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가 없다. 잘 되든 안 되든 정말 힘든 학생에게도 교육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개인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면 안 된다는 점, 내가 능력이 없어도 찾아보면 해줄 것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른 학생은 이 학생과 달리 아주 경도의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이었는데 순회교육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순회교육을 받고 있었던 특수한 경우의 학생이었다. 당시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생활하고 있었기에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졸업을 하고 난뒤에도 한 동안 연락도 하며 지냈는데 이제는 연락이 안 된다.-순회교육 대상자와는 성격이 다르고 개인적인 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이만 언급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순회교육은 어렵다. 학생이 적고, 수업도 적은 편이고 학교 업무도 안 해서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나와 잘 맞는 좋은 학생들을 만난다면 조금은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에 결코 쉽다고 할 수 없다. 건강이 안 좋기에 더 많이 생각하고 준비해서 수업을 해야 할뿐더러 수업이 안 됐을 때 나의 '멘탈'까지 잘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학교에서 수업을 한다. 하지만 특수교사는 아닐 수도 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텍스트로만 보던 그 순회교사가 이런 방식일 줄은... 가정 방문 말고도 장애인 시설로 나가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라고 들었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간에 오늘도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늘 고생하시는 순회교사 선생님들이 대단하고 항상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