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였던 아빠의 육아일기
아기의 돌잔치가 끝나고 +36일이 지났다. 그러니깐 이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루 전이 아기가 태어난 지 400일이 되는 날이었다. 돌잔치가 끝나고 나서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1년간 많다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현재 큰 탈없이 잘 커주고 있으니 말이다.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그냥 누워만 있던 아기는 기어 다니고 잡고 걸어 다니며 소리도 지르고 때 쓰고 울기도 많이 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말처럼 집안 곳곳을 기어 다니며 헤집고 다니는 우리 집 아기는 그저 귀엽기만 하다.
그렇지만 요즘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첫째로 몸무게다. 아기는 3.61kg으로 태어났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먹성이 좋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는데 실제로 집에 와서도 엄청 잘 먹었다. 영유아검사를 처음 하러 갔을 때 아기의 몸무게는 백분위 85 정도였다. 그러니깐 동일한 월령대의 아기 중 100명을 몸무게로 줄을 새웠을 때 우리 아기 뒤로 85명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통통하다고 생각했던 아기였지만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위축이 되었다. '분유를 너무 많이 먹였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건강하니깐 괜찮았다. 그러다 조금씩 양을 조절해 백분위 75까지 떨어졌다. 장모님께서는 나중에 기고하면 활동량이 많아서 더 빠질 거라고 하셨다. 그러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아기는 점점 성장해 갔다. 그런데 키보다 배가 먼저 성장을 하고 있었다. 아기들은 장기 때문에 배가 조금씩 나온다고 하지만 우리 아기는 조금 달랐다. 배가 나와도 너무 나왔다. 아빠의 나쁜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또 괜찮았다. 몇 차례 아프기도 했지만 건강했으니.. 그러다 3차 영유아검진을 받았는데 백분위 95까지 올랐다. 분명 기어 다니면 살이 빠진다고 했는데.. 아기는 더 살이 찌고 있었다. 조금은 억울한 게 아기는 간식을 따로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깐 하루 3식과 우유만 먹고 있다. 그런데 살이 더 찌고 있다니... 나중에 걸어 다니면 살이 빠진다고 하니 믿어보는 수밖에.. 키로 간다는 이야기도 하셨으니 그걸 믿고 또 키워 나가야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해라..
또 다른 걱정은 아직 못 걷는다는 점이다. 이제 13개월이 지났다. 주위 물건을 잡고 걷는 것은 너무 잘한다. 그렇지만 혼자 서는 것은 아직 무서워하고 그러다 보니 걷기도 안 된다. 주위에서 여자 아이는 빠르다는 이야기로 압박감을 주지만 병원에서는 15개월 전에는 다 걷게 되니 괜찮다고라고 했다. 그럼에도 조바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아기가 들고 다니기엔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파 이젠 걸어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걸어 다니면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볼 수 있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훨씬 더 많아질 텐데... 그래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본인이 필요에 의해서 걷고 싶으면 걷겠지... 제발 그 첫걸음을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직접 보고 영상으로 남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작년의 아기가 품에 쏙 들어와 울기만 했다면 지금 아기는 자아가 점점 생기고 있다. 싫은 것도 있고 원하는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점점 강하게 나타난다. 음식을 좋아하고 인형을 좋아하며 책도 좋아한다. 호기심도 많아 여기저기 다니며 탐색하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위험한 것을 모르다 보니 부엌에 들어오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할 때, 위험한 물건을 만질 때 등은 '안돼'라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러면 눈치를 보다 울기도 한다.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경험하고 눈물을 흘리면 그 행동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는데 모든 것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간혹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그래도 귀엽긴 한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장난감을 치기도 하고 소리를 내기도 한다. 얼마나 답답할까 싶으면서도 스스로 헤쳐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기 그지없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 더 익숙해지면 그 짜증은 없어지고 또 다른 짜증이 생기겠지만 그 또한 귀여울 것 같다. 아직 만 1세지만 나중에 커가면서 자아는 지금 보다 더 생길 것이고 더 힘들게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중엔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법을 꼭 익혔으면 좋겠다. 꼭 빠르지 않아도 좋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제일 바라는 것은... 400일이 지난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한다. 모든 활동을 다 잘하고 공부도 잘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부모 욕심인 듯하고 우선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한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아빠가 잘 못하는 것을 엄마에게 배워서 어려운 사람이 아닌 친해지고 싶은 사람으로 자라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오늘 건강했듯 내일도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