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였던 아빠의 육아일기
두 번의 돌잔치가 끝난 다음 주 주말 아기는 태어난 지 만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만 선 굵은 모습들은 기억에 남는다. 태어날 때, 집에 도착했을 때, 밤 수유, 병원 방문, 뒤집고 기던 순간, 엄마아빠 하던 순간, 질병과 싸우던 모습, 그리고 돌잔치까지... 어느 하나 쉬운 순간은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잘 이겨냈고 또 기쁨을 주기도 했다.
아기의 인생에서 고작 1년이지만 우리에겐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동안 우리의 삶에 초점이 맞춰 젔다면 아기가 태어나고 난 뒤부터는 우리 보다 아기의 양육에 모든 것이 맞춰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얼마 전 아기와 동갑인 딸을 둔 지인 선생님께 '돌끝맘'에 대해 들었다.
돌. 끝. 맘. 풀이하면 돌잔치를 끝낸 맘(엄마)이라는 뜻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말인가 했는데 돌이 끝나보니 알게 되었다. 긴장감도 어느 정도 풀렸고 앞으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다. 가족끼리 진행한 행사였는데 '카톡 프사'를 보고 축하 메시지와 선물도 받았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알게 된 선생님께서 축하 메시지와 궁금증을 함께 보내왔다.
'육아 후 알게 된다는 새로운 행복이 궁금해요!'
'아이가 주는 기쁨에 대한 추상성의 구체적 사례가 궁금해요!'
이렇게 물어봤는데 그 내용을 글로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처음에 이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우리 아기를 만나고 내가 알게 된 행복은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기쁨이 있을까?
만약 직접 만나서 물어봤다면 난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아마도 못했을 것 같다.
한참을 고민하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곤 명쾌한 답을 해줬다.
"아기가 생기고 안 좋은 점? 힘든 점에 대해서 10가지를 말해보라면 명확하게 말할 수는 있는데 기쁨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그냥 좋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랬다. 나도 아기가 태어나고 난 뒤 힘든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줄줄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활에서부터 경제적인 부분까지. 하지만 좋은 점은 그렇게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래도 질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서 말해보자면..
우선 아기가 태어났을 때엔 아내 뱃속에 있던 한 생명을 직접 눈으로 보고 또 그 아이가 우리를 닮은 그 모습이 좋았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고마웠고 잘 먹어서 행복했다. 매 순간 긴장하며 있었지만 소중한 아기가 생겼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기쁨이었던 것 같다.
아기가 커가면서 기뻤던 것은 누워만 있던 아기가 뒤집을 때 신기했고 뒤집던 아기가 조금씩 기기 시작하면서 나중엔 앉고 서는 그 단계를 함께 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단순해 보이는 그 과정들이 아기에겐 큰 도전이고 부모에겐 잘 크고 있다는 신호이며 안도감을 주는 모습인 것 같다. 그런 모습 속에서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안도감과 기쁨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크니 아기가 웃는 모습을 보일 때, 같이 장난칠 때, 맘마를 달라고 조를 때 등 귀여운 순간들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나의 삶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살아가도 좋을 만큼 말이다.
한 번은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육아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다.
"지금 힘들지.. 3살 정도 되면 더 힘들고 7살 때까지는 XX 힘들다..." 친구 아들은 7살인데 나보다 육아 선배니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그 힘듦 속에서도 기쁨이 있겠지. 힘든 순간이 더 많아도 한 번 기쁨이 그 힘듦을 상쇄하지 않을까?
빛은 밝을 땐 밝은지 모르지만 어둠이 내리면 그 밝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육아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평소 아기가 기쁨, 행복을 주는 순간들을 잘 모르지만 내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아기를 통해 힘듦을 이겨낼 만큼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
앞으로 미운 3살이 되고 7살 그리고 아빠를 싫어할 사춘기가 오겠지만 그 또한 인생의 한 과정이니 감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질문을 한 선생님에게 현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기는 우리에게 걱정도 주지만 말 못 할 행복을 주니 '딩크'가 아니라면 걱정 말고 아기를 만나고 키워 나갔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오늘 라디오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만화 피너츠에서 행복한 강아지 스누피가 한 이야기... '난 하루에 한 번씩만 걱정할 거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나도 지금, 오늘 하루에는 한 가지만 걱정하며 살아야겠다.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며 살아가면 옆에 있는 행복을 못 볼 수 도 있으니...
하루에 한 가지만 걱정하고 두 가지 행복한 것을 찾는 나날들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