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도 말조심...

비혼주의자였던 아빠의 육아일기

by 종우리

12월 날씨가 점점 추워진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요즘도 아침을 먹고 조금이나마 더 따뜻할 때 아기와 함께 산책을 간다. 아주 짧은 동선으로 움직여 우유를 사거나 마트를 다녀오는 정도다. 그런데 화요일은 산책이 아니라 문화센터를 간다. 이 전에는 특강 형식으로 한 번씩 가다가 아내가 12월부터는 정기로 해야겠다며 등록을 하자하여 매주 한 차례씩 가게 되었다. 집에서 아빠랑 둘만 놀다가 비슷한 또래와 함께 활동을 하니 아기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문화센터에서는 40분간 수업이 진행되는데 체조를 하고 나면 인사를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활동을 한 뒤 마무리 인사까지 하면 수업이 끝난다. 매주 다른 활동을 하는데 활동에서 아기가 스스로 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럴만한 나이와 지적 수준이 아니다 보니 보호자랑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즐겁고 집중할 수 있게 유도를 하지만 주위 물건들에 더 호기심이 많아 집중력이 상당히 짧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그러다 울기도 한다. 그래도 모든 활동에 참여시키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 아닐까... 다른 부모님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최선을 다해서 놀아 주려고 하는데 놀이를 하는 중 쌍방의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대화를 주로 하게 된다.

"아기야... 이거 잡아봐", " 아기야... 이거 넣어야지", "아기야... 저건 만지면 안 돼. 조그만 더 기다리자..."

이런 말들을 혼자서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다 활동 중 나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게 되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이번 주 주요 활동은 옛날 모습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나도 입어보지 못했던 오래전 교복을 입고 사진도 찍고 연탄 모양의 교구도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 강사 선생님께서 붕어빵과 군고구마 모양을 가져와서 화로에 구워 먹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아기에게 고구마 모양의 교구를 주고 화로모형에 구워 보는 활동을 하게 했다. 당시 옆에는 다른 친구들과 보호자들도 함께 재미나게 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것을 가져오기도 했고 자기가 가진 것을 주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기가 고구마 모형을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아기에게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아빠한테는 안 줘도 돼."

아차 싶었다. 원래 의도는 친구에게 주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직장에서 자주 쓰는 말을 하고 만 것이다.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면 학생들이 나에게 뭔가(보통은 먹을 것)를 주려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말했다. "선생님한테는 안 줘도 돼. 친구들과 나눠 먹어." 이 말이 입에 붙어서 그런 것일까? 우리 아기에게도 이 말을 하고 말았다. 나의 의도는 고구마 모형을 아빠인 나한테 주지 말고 친구와 나눠서 놀아라는 의미였으나 앞 뒤 다 생략하고 저 말만 한 것이다.

'아빠한테는 안 줘도 돼"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우리 아기에게 해줄 말은 저 말이 아니라....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등 아기의 호의에 감사해야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래야 아기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 의사소통이 자유롭거나 예민한 성격의 나이는 아니어서 그냥 넘어갔지 만약 아기가 대화를 자유롭게 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에 저런 말을 했다면 아마 큰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아기의 세계관은 아직 좁다. 생활은 주로 집이고 상호작용 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 이외엔 익숙한 것이 없다. 주변 친구들이 있어도 그렇게 관심을 표현하지 않으며 우선은 아빠나 엄마와 함께 대부분을 하며 지낸다. 그렇다 보니 아기와의 대화는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아기가 알아듣던 아니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아닌 것도 알려 줘야 하겠지만 가급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서 아기와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평소 나의 말습관, 태도 등에 따라 아기의 입장이 아닌 나의 입장이 먼저가 되어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을 인식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아기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의 행동과 말을 따라 할 나이가 이제 곧 올텐데 그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 나는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아기도 자아라는 것이 있어 항상 좋은 것만 받아들이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부정적인 표현도 할 것이고 나쁜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사회에서 수용이 안 될 정도가 되면 바로 잡아 주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우선 부모인 내가 조금 더 바른 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말과 행동이 항상 거칠고 부정적인 상태에서 아기에게는 바른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봐야 권위가 서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이지만 아기와의 대화에서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떠한지 알게 된 에피소드였고 앞으로 내가 아기와의 상호작용에서 더 조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적어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못된 말과 행동은 아기가 안 따라 하고 안 배웠으면 한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아기가 되기를 바라며 내일을 준비한다.

KakaoTalk_20241225_210016088.jpg 훙부네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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