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춘(立春).봄의 시작.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24 절기 이미지 캡처]

4계절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계절 봄. 봄 6 절기 중 그 시작을 알리는 입춘.

입춘은 양력으로 2월 3~4일경인데 농경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입춘축'이라 하여 문 앞에 한 해의 대길(大吉)을 기원하는 의미로 글을 써붙였다고 한다. 그 글이 이맘때쯤 각 집집마다 붙어있던 '입춘대길'이다. 농경사회에서도 입춘은 아직은 봄이라기보다 추운 겨울 기운을 몰아내고 한 해 농사가 잘 이루어지도록 기원하는데 더 큰 의미를 뒀다. 현대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어릴 때는 직사각형의 종이에 '입춘대길'이라 쓰인 것들을 대문에 붙어 있는 것을 많이 봤지만 현재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날씨 또한 많이 달라진 듯하다. 올해는 유독 더 심하기도 하지만 예전 2월이면 그래도 지금처럼 춥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어릴 때는 남쪽 지방에서 살아서 조금 더 따뜻하게 지낸 것도 있겠으나 지금처럼 날씨를 가늠하기 힘들지는 않았다. 추워도 곧 따뜻해진다는 희망을 품고 2월을 보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입춘은 그 의미도 날씨도 많이 변화되었지만 나와 아기의 삶 자체는 크게 변화변화가 없는 것 같다.

아기는 태어난 뒤 두 번째 입춘을 맞이한다. 작년 입춘은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0일 즈음되었기에 집에만 있었으니 더 그런 것 같다. 올해 입춘은 아마도 조금은 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기는 기억 못 하겠지만... 2025년 입춘은 2월 3일이었다. 1월보다 더 따뜻해지면 좋으련만 반대로 더 춥다 못해 한파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아침을 먹고 잠시 쉬다가 완전무장을 하고 산책을 다녔는데 입춘 때부터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니다... 아내의 부탁으로 잠시 밖에 다녀오긴 했는데 둘이 나갔다가 셋이 돌아왔으니 그 하나가 감기였다. 입춘이 시작되는 날 아기는 감기에 걸린 것이다. 다행히 코만 많이 나오고 열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감기에 걸렸으니 밖으로 외출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기저귀를 갈고 아침을 먹은 뒤 책을 보고 (아빠는 라디오를 듣는다) 집 여기저기 다니며 물건들을 다 끄집어내기를 반복한다. 집중력을 짧다 보니 앉아서 오랫동안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보던 놀이를 하던 했으면 하는 것은 부모인 나의 욕심에 불과하다. 그러다 우유를 마시고 또 놀다가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면 식사자리를 치우고 양치를 한 뒤 잠깐 놀다 낮잠을 잔다. 이 시간에 아기는 다음을 위한 충전을 하고 나는 방전이 된 상태로 쉰다. 어쩌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낮잠을 2시간가량 자고 나면 아기는 일어나 다시 회복된 체력으로 놀기 시작한다. 그러다 엄마가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차하면 저녁 먹을 준비를 한다. 평일에는 온 가족이 유일하게 같이 식사하는 시간이 저녁인데 이때도 만만치 않다. 먹성 좋은 아기는 자기 밥을 다 먹고 다른 것을 더 찾는데 체중 관리 차원에서 방울토마토나 파프리카, 블루베리를 그때그때 조금씩 먹인다. 저녁을 먹고 원래는 다 같이 산책을 갔지만 날씨가 추워 집에서 보낸다. 아내는 아기와 놀아주고 나는 집안일을 끝내면 같이 씻기고 잘 준비를 한다. 그러나 바로 자지 않은 아기... 아기는 한 참을 더 놀다 8시~9시 사이에 잠이 드는데 이때가 진정 '육아퇴근' 시간이다. 육아퇴근 후엔 집안일도 하고 글도 쓰고 함께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요즘은 곧 있을 이사 준비에 한창이다. 하루를 보면 평범하면서도 시간이 늦게 가는 것 같지만 아기를 보고 있으면 언제 이만큼 컸나 싶을 정도로 성장해 있다. 입춘...이제 걸음마가 되는 아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놀고 싶으나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이렇게 추운 입춘을 경험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래도 곧 따뜻해지겠지.. 매일이 같은 생활이라고 하지만 분명 아기는 성장하고 있고 우리도 함께 부모로서 성장하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 2주간의 입춘이 지나면 '우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봄은 아니더라도 겨울을 건강하게 물러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눈이 내린다.
어딘가 가고 싶은 아기는 계속 문 쪽으로 다가간다.
추운 날씨지만 필요할 땐 아기가 싫어해도 유모차를 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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