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재를 몇 주간 못하다 다시 시작합니다. 혹 궁금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사를 했고 3월부터 복직 후 업무를 진행하느라 정신없이 살고 있습니다.****
2월 새 학기 준비기간이 되면 교사는 누구나 정신이 없다. 몇 학년을 맞게 될지, 담임일지 교과일지, 어떤 부서에서 어떤 선생님들과 일을 하게 될지...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 새 학기 업무분장이 발표가 되면 한 해를 마음 편하게 보낼지 아니면 힘든 해가 될지 결과가 나오게 된다. 초임 교사 때는 아무것도 모르니 '그런가 보다'하며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아. 저 부서, 저 선생님 혹은 부장님은 꼭 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마음은 아마도 내가 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계속 갈 듯하다. 하지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누구랑 일하더라도 내 할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고 함께 하시는 분도 나름의 생각이 있으니 잘하시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조금씩 생기게 된 것은 '부장교사'라는 보직교사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생긴 노하우가 아닐까? 그리고 현재 학교에서 정말 좋아하는(이성적인 것 말고 사람으로서... 심지어 동성의 교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다.
'남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함께 하려고 해야 한다. 함께 하다 보면 그 선생님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조금 충격적이었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존중은 해주되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살아온 나에게 조금 더 포용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처럼 다가왔으니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난 뒤 '존중해 드리겠다'라는 마인드도 더 넓어진 것 같다. 아무튼 나와 맞는 분이든 아니든 새 학기는 정신적 충격과 함께 시작된다.
2월, 새 학기 준비기간이 되면 일반학교처럼 특수학교도 업무분장과 담임발표가 있고 난 뒤 본격적으로 준비가 시작된다. 우선 담임이 되면 그 반 학생들에 대해 먼저 파악을 해야 한다. 일반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적다 보니 파악은 빨리 되는 편이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중증 혹은 폭력성이 있는 학생이 있으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전 담임이나 전전 담임에게 학생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준비를 해야 한다. 나의 교육관에 맞춰 지도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실 이사를 한다. 내가 전에 사용하던 교실에서 새로운 교실로 혹은 교무실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이때 그동안 사용했던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교실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환경을 대략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내가 사용했던 짐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하루를 꼬박 짐정리 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으나 나중엔 짐이 너무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난다. 짐정리가 어느 정도 되면 교과선생님들과 담임 선생님들이 순서대로 시간표를 계획하게 된다. 시간표가 나오려면 그전에 어떤 과목을 하는지, 몇 시간을 하는지에 대해 연수를 듣게 된다. 그리고 시간표를 계획하는데 이 또한 여러 선생님들이 함께 조율하다 보니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는 편이다. 시간표까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연수와 회의 등이 줄줄이 있다. 연간 수업계획, 체험학습 일정 등 한 해 계획을 세우다 보니 정신이 없음에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렇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새 학기 준비 기간이 끝이 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끝날 수가 없어 짧은 봄방학 기간 동안 학교에서 혹은 가정에서 계속 일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면 2월이 끝나고 개학식과 함께 3월이 시작된다.
입학준비 기간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고 해서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알던 학생들도 실제로 우리 반 학생이 되면 더 세부적으로 파악해야 하고 학부모와의 상담도 진행되어야 한다. 상담이 끝나면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개별화교육위원회를 2주 내 실시하고 3월이 끝나기 전 개별화교육계획도 작성해야 한다. 업무뿐만 아니라 수업도 해야 하니 정말 할 일이 많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도 없으니 마치 3월은 특수학교 교사에게 '업무 종합선물세트' 같은 달이다. 같은 업무를 연속해서 하면 좋겠지만 새로운 업무와 반을 맞게 되다 보니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그런 학기 초라 더욱 바쁜 것이다. '경력이 쌓이면 조금 나으려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늘 새롭고 늘 바쁜 달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며 또 다른 교사들을 돕는 선생님을 보면 존경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나도 나중에 저런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나도 나중에 꼭 저런 선생님이 되어야지!'라고 다짐을 하며 빨리 3월이 가고 4월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달린다.
특수학교는 늘 바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놓친 것이 없는지 매번 체크해 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저 행복한 학교 생활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