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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월, 기억하지 않는 졸업식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요즘은 예전과 달리 1월에 학년을 마감하는 곳이 많아 1월 초에 졸업을 하는 곳도 있지만 2월에 졸업하는 곳도 여전히 많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봤을 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총 5번의 졸업식이 있었다. 그중 내 기억 속에 남는 졸업식은 초, 중, 고 졸업식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졸업식은 그동안 다녔던 학교를 떠난다는 후련함과 새로운 학년으로 진급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함께 밀려왔던 것 같다. 졸업식 행사에 앞서 들떠 있던 친구들 모습, 시원 섭섭해하셨던 담임 선생님의 모습, 부모님과의 식사 등 대체로 좋은 기억들로 가득하다. 물론 아닌 때도 분명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엔 그냥 혼자 다녀오겠다고 가족들에게 통보했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식은 참석을 못했다. 뭐가 됐던 졸업식은 충분히 축하받을만하고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행사임은 분명하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을 생각해 보면 몇 분 정도만 기억난다. 좋았던 분도 있겠지만 너무 싫어서 기억에 남는 분도 있다. 그리고 어떤 선생님은 특별한 추억이 없기에 기억이 안 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졸업을 하고 찾아뵙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엔 그럴만한 계기가 없었고 한 반에 50여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나를 기억하실까?' 하는 생각도 들기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졸업을 하고 난 뒤에 예전 담임 선생님을 찾아 간 적이 두 번 정도 있었다. 한 분은 지금도 연락하고 있는 은사님이시고 한 분은 충동적으로 찾아뵀던 담임 선생님이셨다. 은사님의 경우엔 졸업반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은사님이시다. 다른 한 분은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 이셨다. 나의 인생에 획을 그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신 선생님도 아니었고 특별히 잘해 주신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모두에게 동등하게 대해주신 선생님... 그날 갑자기 찾아뵙고 싶어 연락도 없이 갔었는데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충분히 그럴만한 것이 학교에 있어 보니 알 것 같았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들이 하교를 해도 업무와 회의 등으로 바쁜데 갑자기 찾아왔으니 더 그려셨을 것 같다. 연락이라도 하고 찾아 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후엔 나의 삶이 바쁘기도 하고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멀기도 하며 이미 퇴직을 다 하셨을 것 같아 더 이상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제는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또 새로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학교 교사 같으면 졸업식 날 시원섭섭한 감정을 전달하고 또 다음을 기약할 수도 있겠으나 특수학교의 졸업식은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가 한 학교에 있으니 사실상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은 큰 의미가 없다. 졸업을 하고 새 학년이 시작되면 다시 보니 졸업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다. 어쩌면 내가 가르친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좋은 점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와 전공과는 조금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전공과를 진학하면 다시 볼 수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그런 학생들은 졸업 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에 조금 더 각별하다. 전공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더 특별하다. 더 이상 학교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걱정도 많이 되고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어떤 선생님은 졸업반 담임을 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 반 학생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이 힘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고등학교 3학년 담임과 전공과 담임을 해봤다. 졸업반 담임은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하기에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도 졸업반 1학기부터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을 알아보는 편이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 때는 전공과 진학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만약 어려우면 지역사회 이용 가능한 기관 등을 알아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대부분 전공과 진학을 하고 일부만 기관을 이용하기에 부담감이 전공과 졸업반에 비해 덜한 편이었다. 전공과 졸업반 담임 때는 더 이상 학교에 머물 수 없기에 더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개인적 능력이 좋은 학생은 취업을 시키고 중증의 학생은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 등을 알아봤다. 어떤 해는 각 기관에 TO가 있어 모두 일찍 진로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어떤 해는 TO가 없어 졸업 때까지 찾아보고 연락을 드렸던 적도 있다. 제일 걱정인 것이 졸업 후 집에 머무는 경우다. 집이 좋아 머물 수도 있지만 사람은 어떻게든 사회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야 에너지를 얻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졸업 후 진로가 더 중요하다. 모두의 진로가 결정되면 졸업식 때 마음도 조금 가볍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수학교의 졸업식,

여느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에 졸업식장에 도착하면 각자의 자리에 착석해서 식을 진행하고 식이 모두 끝나면 사진 촬영을 한 뒤 반으로 모인다. 모두 모이면 학급에서 작은 행사를 한 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와서 그동안 감사했다며 서로 인사를 드리고 학생들과도 기념 촬영을 한다. 졸업식에서 학생들과 교사가 느끼는 차이는 크다. 학생들은 즐거운 행사정도로 생각하지만 교사는 아닌 것 같다.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인 나는 눈물이 별로 없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항상 슬펐던 것 같다. 애증의 제자들... 그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애증이 많이 생겨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리고 졸업 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커서 그런 것 아닐까? 실제로 졸업 후 연락이 오거나 찾아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 '선생님 그동안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도 대부분 학부모님들이시다. 졸업 후 나에게 연락한 학생이 몇 있는데 진짜 생각나서 연락한 학생은 1명뿐이다. 대부분 내가 담임 선생님인지도 잘 기억하지 못한 채 졸업반을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섭섭하지는 않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학생들이 졸업 후에 어딘가 소속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니 말이다. 2시간 정도면 졸업식이 모두 끝난다. 부모님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학생들이 모두 떠나면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아 짐정리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다음 학년에게 넘길 것은 넘겨야 하기에 졸업식 후에도 바쁘다. 학생들은 졸업식이 끝나면 대부분 부모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간다고 한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러 간다. 한 해 무탈하게 보내고 또 서로에게 수고했음을 격려하는 자리를 만든다. 그렇게 졸업식은 마무리되고 소위 '봄방학' 기간으로 접어든다. 봄방학 동안 새 학기 준비를 한 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졸업식이 가지는 의미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누구에게는 아쉬움일 것이고 누구에게는 새 출발이라는 도전이 시작되는 그런 날... 특수교사인 나에게도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단계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어떤 학년에서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진 모르겠지만 올해보다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한 교직생활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졸업한 학생들이 나를 기억하거나 연락을 안 해도 괜찮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저 모두 새로운 곳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길 바라며 졸업식을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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