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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가르친다.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잉글랜드 철학자 베이컨이 말하길....

아는 것이 힘이다.

특수교육과 수업 첫날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여러분은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베이컨의 명언은 너무나도 유명했고 나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중 하나였다. 슈퍼맨이 되어라고 하신 교수님 말씀은 모든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이 배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교수님의 말씀은 가볍게 듣고 잊을 수도 있었지만 당시 나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이 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결국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사인 내가 아는 만큼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기에 '앎'은 교직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외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로 처음 근무 할 때 남들과 다르게 내가 잘한다고 생각한 것은 컴퓨터였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뿐만 아니라 교육 경험도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문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웹디자인, 기초 코딩까지 웬만큼은 할 수 있었기에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하나 더 하자면 생활영어와 스페인어도 있었다. KOICA 해외봉사 생활을 하면서 익혔던 것들을 잘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더 우수할 것이라 생각했던 특수학급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예전에 특수학교에서 교육실습 때 가르쳐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어교과의 경우 한글을 모르는 학생도 있었고 짧은 문장으로 자기 생각을 제대로 못쓰는 학생도 많았다. 수학교과는 수세기부터 단순 사칙연산도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다고 했던 것들을 가르쳐 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나 역시 다른 선생님들처럼 학생들이 필요하고 어려워하는 것들 위주로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 나만의 특별한 능력은 그저 나만의 개인 특기일 뿐 특수교육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랬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알려주기 이전에 학생들이 필요한 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했다.


일반교과 선생님들은 해당 교과목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가르치신다. 어떤 내용은 쉽기도 하지만 어떤 내용들을 어렵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모두가 이해를 못 하더라도 정해진 진도에 맞게 교육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학생들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단계를 밟아가며 배울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뛰어난 학생이 아니어서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 수업을 하면서도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개인 공부를 해가며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내용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느냐는 나의 문제였지 선생님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달랐다. 특수교사의 역량이 곧 학생의 역량이 되는 곳이었다. 중등과정에 있다 보니 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예를 들어 '경도의 지적장애를 가진 A학생'이 있다고 했을 때 A학생이 어느 정도의 문해력을 가졌는지, 수학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문제해결력이 뛰어난지, 자립심이나 자존감이 높은지 아니면 낮은지 등에 대해 파악을 해야 교육을 할 수 있다. 단순 교과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 그리고 정의적 영역까지 모두 파악을 해야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특수학교다. 그래서 특수교육이 어려운 것이다. 신체적 능력도 좋고 자존감도 높고 단순 사칙연산은 하더라도 문해력이 없으면 국어 수업은 어렵고 수학에서도 문장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이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수학에서 사칙연산을 더 잘하게 하는 것보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특수교육에 있어서 '문해력'은 시작인 동시에 끝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교과 교육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교육이 '문해력'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교사로 지내면서 요즘은 학생들이 중증화 되면서 문해력 교육에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문맹인 상태로 입학을 해 그 상태로 고착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맹이 고착화되면 더 이상 배우려는 의지가 없기에 가르치는데 애를 먹는다. 그렇다고 문맹인 상태로 계속 보낼 수도 없다. 이런 현실에서 특수교사는 어떻게든 학생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대체 교육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 특수교사가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자를 습득하는 것이 어렵다면 학생이 좋아하는 무언가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이나 대화를 더 많이 해서 오해가 안 생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것이 아니기에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는 배워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는데 그중 하나가 정보화기기를 활용한 수업이다. 예전에도 중요했고 앞으로는 더 중요한 교육적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배교사들은 교구를 직접 만들어 활용을 했지만 요즘은 디지털 자료가 너무 잘 나와서 이것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 학교도 얼마 전부터 '전자칠판'을 설치했다. 그런데 전자칠판이 생기고 기이한 모습이 나타났다. 한 부류는 전자칠판을 너무나도 잘 활용하여 수업을 했지만 다른 부류는 전자칠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수업을 하면서 전자칠판을 활용하고 안 하고는 교사 개인의 선택이기에 뭐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 좋은 기기를 활용하면 더 효율적인 수업도 가능하다. 요즘 학생들은 전자기기에 노출이 많이 되어 익숙하기에 참여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수업에서 전자칠판을 활용한 수업을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는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전자교과서가 도입이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특수교육에도 분명 도입이 될 것이다. 이런 전자화되어 가는 교육에서 특수교사인 나는 어떤 방향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개별적 수준을 고려한 지식을 어떤 식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교재와 교구가 있더라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이런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학교 생활이 조금 더 윤택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다녀었던 교회에서 들었던 설교 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가르친 내용을 배우지 못했다면 나는 가르친 것이 아니다'

교사인 나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하루에 3~4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하루에 한 가지라도 배워간다면 나는 그날 나의 교육 방식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 반대로 아무것도 못 배웠다면 좌절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내가 가르친 내용을 익힐 때까지 반복해서 또 알려주고 새로운 것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특수교사인 나의 책무이지 싶다. 내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생각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되길 바라며 앞으로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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