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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배우고 싶은 것과 배우기 싫은 것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교직생활을 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면 나름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기 싶어진다. 이런 전문성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교 생활 중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나의 니즈와 학교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 엄청난 시너지로 깊이 있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 적인 것 이외에도 살아가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새로운 취미 생활을 가질 수도 있고 부족한 나의 능력을 끌어올려 보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이런 배움에 대한 열정은 학기 중에도 생길 수 있지만 바쁜 업무와 피로로 쉽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퇴근 후 시간을 내어 뭔가를 하시는 주변 선생님들이나 아는 분의 아는 분 이야기를 들을 때면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든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학기 중에 뭔가를 배우러 다닌 적이 있는데 매번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면 '내적 갈등'이 엄청나게 일어난다. 그래서 방학을 주로 이용해 뭔가를 배우려고 하는 편이다.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개인적 욕구로 배운다는 것은 그만큼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안정된 삶을 살면서 내가 처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외국어'였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외향적이어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못해본 것,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학기 중엔 학원을 다니기엔 거리나 시간 등이 안 맞아 다양한 방법을 찾아봤다. 교사 복지 중 하나인 연수를 이용한 방법, 복지비를 활용한 방법, 독학 등 여러 방법이 있었지만 쉽게 결정하진 못했다. 그래서 우선은 '공짜'로 할 수 있는 연수 사이트에서 시간을 내어 외국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교육청과 연계된 사이트로 접속을 하니 대부분의 외국어가 있었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 스페인어 등등 정말 많은 외국어들이 있었는데 그중 해야 할 것만 같은 것이 '영어'와'스페인어'였다.

'스페인어'....

정확이 얼마나 많은 특수교사가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국에서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특수교사였다. 그렇다... '였다.' 지금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기엔 무색할 만큼 많이 잃어버려 초급자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용할 기회가 없었고 스페인어 보다 더 중요한 임용시험이 내 앞에 있었기에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엔 자연스럽게 구사 능력이 퇴화되었고 이제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첫 강의로 스페인어 초급을 신청하고 강의를 들었는데 역시나 내 장기기억 속엔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쉽게 한 강의씩 넘어갔으나 어느 정도 지나니 한계가 보였다. 이런 연수(인강식의 연수)의 한계가 쌍방이 아니라 일방적 방향이다 보니 내가 연습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혼잣말로 스페인어를 하고 있으면 갑자가 누군가 들어와 '뭐 하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했고 일이 바빠서 꾸준히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몇 번을 반복해서 시도하다 제대로 끝맺음을 못한 상황이다. 또 하나의 외국어가 있는데 바로 '영어'다.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숙원이 아닐까 싶다. 잘하고 싶다.. 영어.. 그러나 쉽지가 않다. 영어는 그런 존재다... 마지막으로 '일본어'도 배우고 싶었다. 일본어는 아직 시도도 못했는데 배우고 싶은 계기가 아내와 함께 간 일본여행에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 마디도 못하고 있었던 내 모습이 싫어서였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일본어를 해야지'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직 시도도 못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배우고 싶은 외국어가 너무 많다. 하나 하기도 힘든데 무려 3개의 외국어를 하고 싶어 하니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올해는 하나를 정해서 진득하니 해볼 생각이다.


외국어 이외에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재테크와 관련된 것이다. 어느 해부턴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퇴임을 얼마 안 남겨둔 선배교사들은 그래도 연금이 꽤 나와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데 내가 퇴임을 할 때쯤이면 연금이라는 것이 큰 효용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연금이 나오긴 하나 큰 금액은 아닐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재테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재테크라 해봐야 몇 가지 안 된다. 연금저축, 목돈 만들기 적금, 주식, 부동산, 코인 등등.. 사실 정보가 부족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고 한 때 재미있게 본 유튜브에서도 정보를 얻어 주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동학개미'니 '서학개미'니 이런 말도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을 때 주식을 일찍부터 한 선생님께 이야기를 듣고 특정 종목울 매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어려운 분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학교 생활에 영향도 안 줘야 하기에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 없어 꾸준히 관심을 가지려 한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배우기 싫은 것도 많다. 개인적으로 배우기 싫다는 것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이다. 어쩌면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럴 것이다. 그중 하나가 영상편집이었다. 학교에 있으면 본의 아니게 영상편집할 일이 많다. 유튜버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수업 시간에 가르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 행사와 관련하여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것은 내가 아니면 누군가가 해야 하는데 내가 잘하게 되면 대부분 학교 영상은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선생님이 잘하니 이것도 해주세요'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절을 잘하는 성향도 아니라 분명 '네'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에게 필요한 만큼만 하고 더 전문성을 발휘하고 싶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심적인 여유가 있어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것과 다르게 마치 내 일처럼 되어버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누군가는 소극적이니 나태한 정신상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기에 무리하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잘하려면 불나방 같은 상태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배웠던 30대를 보냈기에 지금 이 생각은 당분간 변함이 없을 듯하다. 영상편집 이외에도 배우기 싫은 것들이 종종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이것은 극명하게 나눠지는 부분임이 틀림없다. 하고 싶은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하지만 하기 싫은 것은 떠먹여 줘도 하기 싫은 것이다. 모든 일을 다 잘면 좋겠지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내가 필요하고 배우고 싶은 것엔 더 큰 열정을 쏟고 부담스러운 일과 관련된 배움에 대해선 신경을 덜 쓰는 사람이 되어 살아갔으면 한다. 이렇게 매번 다짐을 해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언가를 하고 있을게 분명하지만 내 마음속 생각은 그렇다. 단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데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냥 넘기려는 태도만 나에게서 안 생겨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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