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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체험학습은 필요하지만...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Mar 15. 2025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체험학습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1년 동안의 교육활동 중 지금의 체험학습의 성격을 띠는 것은 1학기 봄소풍, 2학기 가을소풍, 중학교 때 수학여행, 고등학교 수학여행, 졸업여행, 수련회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많은 학교 밖 체험활동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만큼 다양한 성격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소풍은 대체로 학교 인근 대규모 학생들이(당시 한 반에 45명 이상, 한 학년이 10반 이상)  모일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수학여행 정도 돼야 버스를 타고 타 지역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그것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다 비슷한 곳이었다. 경주, 강원도 지역에 있는 유적지 정도였으니 말이다. 보통 고등학교 때는 선배들의 경우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갔었는데 당시 IMF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가정 경제를 걱정하는 학교는 우리에게 제주도 대신 강원도로 다녀올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뭐가 됐든 예전의 학교는 체험학습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입시가 더 우선시되는 분위기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학교의 분위기가 달려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참을 학교라는 곳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교사라는 직을 가지고 나서부터는 알게 된 것이다. 예전에 비해 입시의 비중이 조금은 줄었고 -대학 진학에 맞춰 교육이 이루어진 것은 여전했으나 나의 학창 시절에 비해 대학 진학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 등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경험이 필요했고 학교는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 비중을 더 늘리고 있는 듯하다. 즉, 교육이라는 곳이 꼭 학교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강조되고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학교도 일반학교아 마찬가지로 현장체험학습을 많이 가는 편이다. 소풍은 없어졌지만 학기별로 현장체험학습을 적어도 2번씩 가고 숙박형 수련회와 졸업여행 등도 간다. 이 밖에도 학교 인근에 있는 산이나 기관 등에 대한 방문도 종종 있는 편이다. 초임교사 시절 옛 기억이 떠올라 학교가 아닌 야외에서 교육활동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내가 못 가본 곳에 학생들과 함께 가는 것도 좋았고 답답한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돌아보고 오는 것도 좋았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하나가 있으니 예전엔 학생 신분이었고 지금은 학생들을 책임지는 교사 신분이라는 점이다. 학생 때는 그저 담임교사의 지도하에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면 됐다. 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활동 반경도 좁았고 특정 구역 내에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교사의 입장은 달랐다. 일반학교 교사들도 학생들을 인솔하는 것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특수학교에서는 조금 더 힘들다. 많지 않은 학생들 데리고 다니면서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느라 늘 긴장해야 한다. 갑자기 학생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가게의 물건을 계산도 안 한 상태에서 먹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일부는 우리 학생들을 이해해 주고 배려해주셔서 조금은 마음을 놓고 다닐 수 있다. 현장체험학습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오면 긴장감이 풀리면서 미열이 올라온다. 그만큼 온 신경을 쏟고 있다가 한 순간에 긴장감이 풀려서 그럴 것이다. 예전에 숙박형 수련회를 담당한 적이 있는데 1박 2일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쓰러질 것 같은 피곤함을 경험한 적도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내 수업보다 더 힘든 교육활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초임교사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학부모님들은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교사의 선호도는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교사 개인마다 느끼는 입장차이도 있을 것이고 학교의 교육활동 방향성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으시니 가정에서 잘 못 가는 야외로 학교 교육활동 중에 학생들과 체험해 줬으면 바람이 클 것이다. 교사들은 체험학습이 많아지면 그만큼 준비할 것도 많아진다. 예전에 임용준비할 때 기출문제를 푸는 데 이런 문제가 있었다. -해당 문제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언제 출제된 문제인지 기억이 안 나기에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한다.-


'체험학습을 준비할 때 고려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기술하시오.'

어떤 상황을 주고 위와 같은 문제가 나온 것 같은데.. 막상 문제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뭐지? 뭘 고려해야 한다는 걸까?'였다. 안전, 동선, 이동수단?? 다양한 생각을 해봤는데 그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안은 '교육적 내용'이었다. 답을 보는 순간..'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도 맞고 동선이나 이동수단 등도 모두 중요하지만 모두 어떤 교육적 내용을 담을 것인가와 연계되어야 하는 것이다.

체험학습도 교육이기 때문에 교사는 사전에 어떤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체험학습을 운영할 것인지 계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A지역이 유명하니 가보자'가 아니라 'A지역이 가지는 교육적 의미'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의 교육내용과 적합한 곳인지, 체험활동 중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체험활동 후 학교에서 어떻게 연계해서 가르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목적 없이 그냥 가면 그건 '여행'일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체험학습은 준비할 것이 많다. 1년간의 교육계획과 맞아야 할 것이며 목적지에서 무엇을 알려 줄 것인지, 안전한 동선과 이동수단은 어떻게 되는지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당일 학생들을 인솔해서 임장지도도 해야 하고 무사히 귀가도 시켜야 한다. 다녀와서는 그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피드백도 가르쳐야 한다. 그러니 체험학습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기사에서 현장체험학습 도중 발생한 학생 사고와 관련하여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은 기사를 보게 됐다. 처음엔 '뭐지?' 하면서 읽었는데 안타까운 내용이었다. 그 선생님도 충분히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서 준비한 것일 텐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부터 시작해서 결과까지 모두 교사의 책임이 되었다. 아무리 임장지도를 잘해도 결과가 좋지 못하니 그 책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께서 이야기해 주셨던 내용이 있는데 가급적 현장체험학습을 자제하라고 하셨다. 왜 그러냐 하니 외부로 나가서 사고가 나면 모두 교사책임이라고 하셨는데 경험상 이야기하시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전사고 관련 변호사가 이야기를 해줬다고 했다. 학교 밖에서 사고가 났을 때 소송이 걸리면 교사가 승소하는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고 말씀 하셨다고 한다. 그러니 위험한 곳이나 많은 체험학습을 자제하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활동 중에 일어나는 사고를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으면 선뜻 그 길을 갈 교사가 몇이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교사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내가 나가기 싫다고 해서 안 나갈 수도 없다. 학교 교육과정상 정해진 활동은 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는 학생을 위해 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학교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전공과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직업훈련 및 자립생활훈련이 필수적이다. 이제 2년간 학교를 다니면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다. 그러니 이 짧은 시간에 지역사회 내에서 구성원이 되어 조금이라도 익숙하게 살아가려면 기술들을 익혀야 한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신통한  학생들이 아니다 보니 반복적으로 계속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직접적인 외부 교육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학생들과 외부에서 생길 안전사고 때문에 학교 내에서만 있는 것은 책무를 다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스스로를 생각했을 때 나는 소위 '참 교사'는 아니다. 특수교사가 될 때부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고 특수교사가 된 것이기에 내가 해야 할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명감보다 적어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내가 나라로부터 받는 보수에 맞게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해야 할 교육을 못하고 주저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고가 나서 나에게 좋은 일이 발생했을 '그만두고 다른 찾아보지 뭐' 하는 오늘만 사는 마음일까? 아니면 '누군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니 최선을 다하자' 하는 마음일까? 교육을 어떤 교사도 사고가  발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진행할 뿐이다. 그러다 무사히 마무리되면 좋은 것이고 혹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학교 관계가 모두가 마음이 되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준다면 조금 적극적이고 다양한 체험활동이나 외부 교육활동을 있지 않을까? 사고 교사를 보호하는 특별한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마음 편안히 학생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 해 있을 다양한 교육활동을 학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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