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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낀 점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대학원에 합격을 하고 난 뒤 학교 방학마다 5학기를 다녔다. 대학원이 지방에 있는 바람에 매 학기 기숙사 신청을 하든 하숙을 구하든 해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19로 인해 2학기 정도는 쌍방향 온라인 수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나머지 학기는 하숙과 기숙사 그리고 집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어느 하나 수월했던 적은 없다.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았고 등록금에 교통비 또는 숙박비 등 여려가지로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마지막 학기엔 논문도 써야 했는데 당시 아내가 임신을 하고 있었고 출산까지 하는 바람에 더더욱 신경 쓸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대학원에서 공부한 기간은 학업에 대한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인생에서 큰 변화를 주기도 한 시기였다. 그런 대학원에서 내가 가졌던 몇 가지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정리 해보려 한다.


1. 대학원을 간다면 어떤 목적으로?

대학원은 학부 때와 비교했을 때 고차원적인 사고와 배움이 일어 나는 곳이다. 그런 대학원을 가려고 한다면 우선 필요한 것이 분명한 목적이다. 내가 잘못한 점은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이 분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 같은 경우엔 막연한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어 무턱대고 지원을 했었다. 특수교육에 대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면 어떤 내용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은지 숙고할 필요가 있었는데 내가 공부하기 편한 곳을 위주로 알아봤다. 사실 졸업한 대학원도 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 중에선 유명한 곳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어떤 내용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이다. 막연히 '특수교육을 더 공부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큰 실수였다.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긍정적 행동지원'에 대해서 할 것인지 아니면 '진로전담교사'로 근무를 하고 있으니 진로 쪽으로 더 공부를 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관심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분명히 했어야 했는데 당장 지원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있고 조금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던 것 같다. 편하다는 것은 공부가 편한 것이 아니라 학교 업무에 지장이 없는 그런 편안함이었다. 잘못된 선택은 한 학기 뒤 '그만둘까'를 엄청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2. 어떤 대학원을 갈 것인가?

내가 지원한 대학교의 대학원은 총 3종류의 대학원이 있었다. 우선 '일반대학원'... 일반대학원은 학부 때 특수교육을 전공한 자가 지원할 수 있는 곳으로 특수교육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단점이 있었으니 학기 중 저녁 시간 때에 수강이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로 '교육대학원'이었다. 교육 대학원은 교원자격증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특수교사의 경우 필기시험은 면제되고 면접만 이루어지기에 지원에서는 편안한 과정이었지만 타 교과 교원자격증을 특수교육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엔 필기시험과 면접을 함께 봐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마지막으로 '특수교육대학원'이었다. 여기는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행동중재 전문가 양성을 위한 과정으로 특정 영역의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긍정정행동지원을 계속하고자 했다면 아마 나는 여기를 지원했을 것이다. 약간 부담스러운 것은 수업이 보통 주말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주가 아주 힘들다는 점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교에서 업무를 하고 토요일은 대학원을 다니며 과제와 연구까지 해야 했으니 말이다. 이 중 내가 선택한 것은 '교육대학원'이었다. 교육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방학 동안 수업이 이루어지니 학기 중에는 학교에 집중하고 방학 동안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 짧은 생각은 깊은 후회를 만들었다.


3. 교육대학원에서의 삶은?

생각해보면 그 기간동안은 충분히 좋았다. 좋으신 교수님들을 만났고 함께 공부했던 분들도 좋은 분들이 많았다. 특히나 함께 진로전담교사 연수를 받았던 선생님과 함께 입학 동기가 될 수 있었던 점도 내겐 큰 힘이 되었다. 면접을 보고 합격 통지를 받은 후 등록금을 입금하고 신입생 OT를 할 때까지 아니 학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너무나도 좋았다. 대학원에 대한 부담도 없었고 학교 일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될 무렵 조금씩 문제가 생겼는데 학교 방학과 대학원 시작일이 달라 일정 조율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과대표 선생님께서 조율을 다 해주셨지만 매 학기마다 신경을 쓰고 또 조정하고 하는 일이 신경이 쓰였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니 막상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큰 어려움이었다. 교육대학원은 방학 중에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두 과목을 3시간씩 오전, 오후로 수업이 있었다. 아침 9시부터 12시 전까지 한 과목을 하고 점심 식사 후 1시 혹은 2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또 한 과목을 한다. 그렇게 15주가 되는 15일 동안 수업이 이루어지는데 사전에 학습할 시간도 부족한데 과제까지 해야 했으니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습이 진짜 심도 있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과제를 하기에 급급했고 발표 수업의 질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들 열심히 하셨지만 수년간 임용공부로 단련된 나에겐 크게 와닿지 않았다. 바뀐 교육과정이나 잘 모르는 진로와 관련된 내용 등 오히려 새로운 내용을 공부할 때만 만족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는 한 학기를 하고 그만두려고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깝기도 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졸업 때까지 다니기로 했으나 큰 동기 부여는 안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4. 대학원은 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학부 때 배웠던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것은 나의 자만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도 내가 더 배울 것이 없을까? 어떤 논문을 써야 할까?를 더 고민했어야 했다. 아는 내용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학교를 다녔던 나는 어쩌면 시간과 체력 그리고 금전적인 것까지 모두 낭비했을 수도 있다. 졸업 시즌 때는 5학기 만에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해야 했는데 아내가 임신했다는 이유로 여유를 부리다 결국 한 학기를 더 논문을 쓸 수밖에 없었다. 논문을 오래 쓴다고 좋은 논문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막판까지 늘 바쁘신 교수님을 괴롭히며 겨우 기한을 맞추고 심사를 받았던 것 같다. 심사를 받는 내내 많은 지적으로 교수님께 죄송할 따름이었다. 어쩌면 힘겹게 사는 것 같이 보였는지 교수님께서 졸업을 하도록 애써 주신 것 같다. 내가 여유를 부릴 것이 아니라 조금씩만 더 부지런했다면 나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운 학위가 아니었을까 싶다.


5.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과정 그러니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교육대학원에서는 총 12명의 동기 선생님을 만났다. 특수교육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아는 것이 조금 더 있다는 이유로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을 했으나 결국 졸업 후 연락하는 사람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거만하게 군 것은 아닐까? 사실, 처음 대학원에 다닐 때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내가 고생한 것보다 덜 고생해서 공부했으면 했고 나 보다 더 좋은 교사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 기대가 결국 독이 되었다. 내가 그 선생님들께 무의식적으로 우위에 서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저 열심히 하시는데 응원이나 잘했으면 되었을 것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졸업을 하고 특수교사 자격이 생겼으니 좋은 교사로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가졌다고 모두가 가진 것은 아니니 그저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 수 있는 지혜가 나에게 더 생겼기를 바란다.


대학원이라는 곳은 결코 쉬운 곳이 아니다. 단순히 승진 점수를 얻기 위해 간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와 같이 전혀 상관없이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다면 현재 나에게 꼭 필요한지 어떤 내용을 공부할 것인지 또한 어디로 갈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것이 '등록금'이다. 결코 싸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배우는 과정이다 보니 지불한 가치가 있어야 하며 내가 감내할 수 있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장학금이 있으니 그 또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실수한 것 중 또 하나가 등록금이었다. 예전에 코이카를 다녀왔지만 대학원 지원 등록금이 있는지 나중에 알게 되었다. 대학원 등록 전에 알았더라면 사전에 신청하고 면접을 본 후 지원대상자로 선발되면 조금 더 편하게 대학원을 다녔을 텐데 아쉽다. 아무튼 여러 사항을 충분히 고민하고 대학원을 지원하길 바라며 스스로에게 배움이 있기를 기원한다.


P.S 나의 대학원 과정은 아직 미완성이니 또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불태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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