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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AI와 특수교육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Artificial Intelligence'

줄여서 AI라고 쓰고 우리는 인공지능이라고 이야기한다.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뜨문뜨문 나오던 이야기가 이제는 진짜 현실이 되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7년 전 나 역시 AI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엔 AI라는 용어보다 '딥러닝'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했고 어떻게 하면 써먹을 수 있을지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고 임용시험과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관심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 시대에 서울시교육청에서 엄청난 지원이 있었는데 '인공지능 융합교육 전문과정 지원사업'이었다. 쉽게 말해 교사 중 인공지능 교육에 관심 있는 경우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정한 대학교의 대학원 과정에 합격하면 장학금을 지원받고 다닐 수 있는 제도였다. 예전에 컴퓨터를 전공하기도 했고 인공지능에 관심도 있었기에 지원을 했었다. 1 지망부터 3 지망까지 대학교를 적을 수 있었는데 방학 때 공부가 가능하고 등록금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에 지원을 했는데 역시나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경력에 밀려 3 지망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고민이 많았다...


'인공지능 교육을 배워서 특수학교에 적용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배워서 학생들에게 적용할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것이 교사의 직무인 것을...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생각이 더 많았다. 특수학교에서도 인공지능 교육이라기보다 코딩교육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실 코딩교육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카드나 장난감 로봇 등과 같은 교구를 이용한 교육이었다. 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코딩을 했을 땐 검은 화면에 흰색, 빨간색이 전부였었다. 그런 것이 코딩이라고 알고 있던 나에게 교구를 이용한 코딩교육은 진짜가 아니었다. '코딩교육은 이런 것입니다.'라고 흥미유발 하는 정도의 것으로만 느껴졌다. 발달장애 특수학교 학생들 중에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한 학교에 1명이 있을까 말까 한 그런 상황에서 코딩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모험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관심도 없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니 생각해 볼 문제였다. 또 다른 이유로 요즘은 특수학교가 중증화 되다 보니 문맹률이 너무 높다. 그러다 보니 읽고 쓰는 것도 어려운데 이해를 요하는 수업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고민이 많았고 결국 나는 대학원 등록을 포기했다. 그러다 진로전담교사로 지원을 했고 현재도 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회피 아닌 회피를 했던 AI교육..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대세가 되었고 교육현장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인공지능에 대해서 배우고 교사들도 연구회가 생길 정도로 관심도가 높다. 학생부를 기록할 때든지 이미지 편집할 때, PPT 만들 때, 동영상 편집 등에도 사용이 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앞으로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의문이 가득하다. 과연 맞을까? 특수학교에서 수업 때 사용할 수 있을까? 교사인 내가 몰라도 되는 것일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딥러닝에 기반을 둔 AI는 기존 정보 이외에도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학습하여 새로운 것을 또 창출한다.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것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기에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흔히 AI라고 했을 때 가장 유명한 것이 챗GPT인데 이 외에도 웹이나 앱 심지어 스마트폰에도 수많은 AI프로그램들이 있다. 사용한다면 그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고 어떤 식으로 이용해야 할지도 사실 모르겠다. 유로버전에 대한 고민도 있고 복잡한 프롬프트를 익혔다고 해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수업 이외에도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부 작성할 때 도움을 받는다고 하는데 AI가 나보다 더 뛰어난 것은 인정하겠으나 내가 가르친 학생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더라도 순수한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싶다. 이러다 뒤처질 수도 있겠으나 어쩌겠는가 아직은 고집이 있는 것을...


다만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부분은 큰 고민이다. 지금은 사용이 어렵기도 하지만 언젠간 우리 학생들도 조금 더 쉽게 접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럴 땐 나 역시 피하고 피하다 언젠간 AI를 사용할 날이 올 것인데 그땐 누구보다 열심히 배워서 쓸 생각이다. 그렇게 관심이 많았던 인공지능에 가장 늦게 발을 담그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중증화 된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알려 주는 것보다 현재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히고 더 숙달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AI로 교육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예전에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저게 뭔가?' 하다가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것처럼 AI라는 것이 모두에게 익숙할 정도로 대중화될 때쯤 우리 학생들도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누군가는 분명 우리 학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때는 '늦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은 그저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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