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하지만 특수하지 않은 특수교육
특수교육을 전공했고 특수교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는 과연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일까? 이런 고민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특수교육에 대해 나는 과연 심도 있게 배우고 졸업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편입을 하고 본학기 외에 계절학기까지 해서 2년 반 그러니깐 5학기 동안 내가 들었던 학점은 117학점이었다. 졸업을 위해서는 최소 140학점을 4년간(8학기) 동안 들어야 했다. 보통 1학년부터 입학한 동생들의 경우 4학년 1학기까지 대부분 학점을 이수하고 마지막 학기엔 1과목 정도만 듣고 임용 공부에 전념을 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학점 관리를 했다. 하지만 나는 등록금 때문에 빨리 졸업하기 위해서라도 학점을 'full'로 채워서 들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초수 때 임용공부에 전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임용 첫 해 나는 시험보다 관련 대안학교에 취직을 먼저 했고 결국 시간이 흘러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왔다. 사람마다 나름의 사정이란 것이 있기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아는 것이 부족했고 방법을 몰랐을 뿐...
현 학교에 임용이 되고 나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8년간 기간제 교사 생활을 했고 그 사이 임용 공부를 계속했으니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라는 거만한 생각... 실제로 나 스스로 많이 알고 있다고 여겼기에 공부를 하는 선생님들을 도와주겠다며 아는 내용들을 알려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내가 알던 그 지식이 과연 올바른 내용일까?라는 검증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는 내용을 정확히 전달했을 수도 있고 오개념을 전달했을 수도 있음에도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아는 지식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려고 했을 때 한계를 많이 느끼기도 했고 특수교육에 대해 내가 아는 내용이 다가 아니라 더 많은 내용들이 있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나는 공부가 더 필요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대학원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교사에게 대학원은 어떤 의미일까?
교육학 공부를 하다 보면 마치 수학에서 '집합'처럼 보게 되는 내용이 있는데 바로 교육의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에 관한 내용이다. 두 개념 중 어느 것이 옳다 이런 것은 없다. 다만 지향하는 가치가가 서로 다를 뿐. 내재적 목적은 교육을 통해 지적 안목 형성, 합리적 마음 형성 즉, 나를 발전시키는 자아성찰의 개념이라면 외재적 목적은 교육이 곧 나를 성장시키고 나아가 '입신양명'과 사회를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었을 때 참된 교육의 의미를 발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란 쉽지 않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교사가 되고 나면 여러 이유로 대학원에 고민을 하고 진학을 한다. 어떤 분은 자기 계발과 승진을 위해서 하기도 하고 부모로부터 무시받는 것이 싫어어서 대학원에 진학하시는 분도 들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자격증을 취득해 임용시험을 다시 보시려는 분도 계시고 전문성 신장을 위해서 대학원 진학을 하시는 분도 있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대학원에 진학을 한다는 것은 학부 때와 유사한 듯 다른 공부를 하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나 역시 대학원에 진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던 계기는 조금 더 전문성을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학부 때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졸업을 했고 임용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지식이 다였으니 기존의 것들을 조금 더 확장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대학원에 가기로 했지만 어떤 대학에 가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특수교육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분야는 '여대'에 유명하신 교수님이 계셔서 지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교로 가자니 거리가 문제였다. 대학원 수업은 대부분 학기 중 야간시간(저녁 6시 이후)에 이루어지는데 모교는 KTX를 타더라도 3시간 이상 걸리니 갈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몇 곳 안 되었고 그나마 방학 중 학기가 열리는 곳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패착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무작정 시간만 보고 지원했다는 점이었다.- 몇 곳에 대학원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준비하면서도 '잘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해야 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기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더 들어서 지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방학 중 5학기를 이수하고 논문까지 써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한다는 기분이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대학원 입학 과정은 그래도 조금 수월했는데 현직 특수교사라 면접만 보고 '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기 선생님들이 총 12명 정도였고 그중 한 분은 '진로전담'연수 때 같은 방을 쓰던 선생님이시기도 했기에 조금 더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녹록지 않았으며 한 학기 만에 그만둘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진학한 대학원이 지원하기 전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아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