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청명(淸明).맑은 하늘이 그리운..

아기의 절기

by 종우리
출처: 네이버
청명이란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이고, 날씨가 좋아야 봄에 막 시작하는 농사일이나 고기잡이 같은 생업 활동을 하기에도 수월하다. 곳에 따라서는 손 없는날이라고 하여 특별히 택일을 하지 않고도 이날 산소를 돌보거나, 묏자리 고치기, 집수리 같은 일을 한다. 이러한 일들은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겨우내 미루어두었던 것들이다.


4월의 날씨는 늘 예상치를 벗어난다. 어떤 날은 여름인가 싶을 정도로 덥다가도 어떤 날은 다시 꽃샘추위가 찾아온 것처럼 춥기도 하다. 청명.. 맑은 하늘과 푸릇푸릇한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기만 한 봄의 5번째 절기.. 하지만 예상하기 어려운 날씨 덕분에 '청명'의 기간에는 할 수 있는 활동 역시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복직 후 일이 바빠 매번 퇴근하는 시간도 달랐다. 어떤 날은 아내가 아기와 함께 공원에 나와 있어 거기서 만나서 함께 놀다가 집으로 오기도 했으며 또 어떤 날은 날씨가 추워서 대형 쇼핌몰에서 놀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큰 상관없이 아기는 언제나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고 항상 그렇게 못해준 아내는 아기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그래도 부지런한 아내 덕분에 아기는 매일 같이 장소를 바꿔가며 '청명'의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작년엔 아빠와 유모차를 타고 동네를 구경한 것이 다였는데 올해는 공원도 가고 쇼핑몰도 가서 직접 걸으며 세상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은 곡우가 지났지만 '청명'의 기간 동안 아기는 집에 외할머니께서 오셔서 함께 웃기도 하고 식사도 함께 하기도 했다. 엄마, 아빠만 보다가 다른 가족들을 오랜만에 봤는데 낯선지 어색해하는 모습이 어쩌면 어릴 때 아빠의 모습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주말엔 아빠의 고향에 다녀왔다. 할머니를 뵈러 같이 갔는데 그전 주에 감기에 걸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아내의 결단으로 다 같이 다녀왔다. 자고 올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아기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하고 아침에 출발했다. 약 3시간 정도 KTX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예전보다 조금 나았다. 소리를 지르는 일도 많이 줄었고 낮잠 시간도 어느 정도 맞춰 자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대구만 지나면 사람들이 많이 내려 조금 더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잠깐이었지만 바다도 보고 돌아왔다. 아기는 몇 번 바다롤 보았겠지만 자기가 걸어서 모래도 밟아보고 물가에도 가 본적은 처음일 것이다. 아직은 낯설고 어색해 행동에서 주춤함이 있었지만 나중엔 먼저 다가가겠지... 돌아오는 기차에서 잠을 늦게 자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을 했고 우리의 짧은 여행도 끝이 났다. 이번에 다녀오면서 또 한 번 느낀 것은 어머니 댁이 너무 멀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자주 볼 수 있었을 텐데... 아기의 기억 속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겠지만 대신 나중에 많은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아빠가 힘들게 자랐지만 그래도 할머니 덕분에 잘 클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우리 아기도 큰 어려움 없이 건강하고 마음도 튼튼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며 맑은 하늘 같은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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