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절기
24 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청명이 지나고 곡우가 시작될 무렵 시골에서는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다지만 아기의 삶은 아직 큰 변화가 없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고 낮에는 따스한 빛과 바람이 서로를 견제하듯 한 번씩 찾아왔다. 아기는 밖을 나가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감기도 걱정되고 날씨도 쌀쌀해 걱정이 많은 시기였다. 하지만 아기의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외출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하루는 이쪽 공원, 다른 하루는 저쪽 공원, 비가 오는 날에는 쇼핑몰로.. 단순하지만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아내가 많이 힘들 것이다. 매일 같은 생활인데 다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니 거기다 먹성 좋은 아기 밥까지 챙기느라 건강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복직을 하고 나니 다들 물어보시는 것이 "일 하는 게 더 낫지?"였다. 부정은 못하겠다. 난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이니...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고 머리도 총명함이 점점 사라지다 보니 일도 예전처럼 잘 처리하지 못하는 듯하다. 아기가 점점 커가면서 놀아주는 것도 많아지고 물어보는 것도 많아질 텐데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곡우기간 동안 가장 큰 행사는 아빠의 중장기 휴무일과 할머니 생신이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해서 대체공휴일까지 6일간의 휴무일... 하지만 특별히 한 것은 없다. 구청에서 받은 화분 텃밭을 완성했고, 엄마가 다닌 대학을 다녀오고-비만 안 왔더라도 좋은 날이었을 텐데 휴무일엔 비가 계속 왔다. - 집 앞 쇼핑몰을 간 정도가 다였다. 긴 휴무일에 좋은 곳을 데리고 못 간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다음 날 할머니 생신이 있었기에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할머니 생신 때 다 같이 모여 큰 호텔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엔 이모가 있는 대전으로 갈 계획이었다. 호텔 뷔페에 맛난 것이 많아서일까? 아기는 계속 먹고 결국 탈이 났다. 아무래도 기름진 음식을 처음 먹어본지라 속이 놀랜 것 같다. 이모집까지 가는 중에 있는 모든 고속도로에서 응가를 치웠다. 따로 약도 챙겨 오지 않아 우선은 갈 수밖에 없었다. 아기의 탈 난 것이 전화위복이었을까? 운전을 하고 가는 초반에 졸음이 몰려왔다. 잠이 그렇게 온 것은 아니었지만 판단력이 흐려질 만큼 눈꺼풀이 무거웠다. 첫 휴게소에 좀 쉬고 나니 괜찮아졌고 그날 밤 우리 가족은 모두 기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으나 그래도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아기가 많이 성장하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엔 소리치고 우는 모습도 보였으나 이제는 혼자 놀면서 창밖을 보기도 하고 졸리면 그냥 자기도 했다. 차에서 무려 4시간을 넘게 보냈으니 분명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아내와 우스갯소리로 '다음은 일본?'이라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약 2주마다 있는 절기고 매일이 같은 듯하여도 자연 속 생물도 사람도 모두 성장하는 시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