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절기
음력에서는 보통 4~6월 석 달을 여름이라고 부르지만 엄격히 구분하면 입하인 양력 5월 5~6일 이후부터 입추(立秋) 전날인 양력 8월 7~8일 정도까지를 여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절기가 중국 화북지역의 기후 사정에 입각해서 생긴 것인 만큼 한국의 기후와는 맞지 않는다. 입하 무렵이 되면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몹시 바빠지는데, 해충도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병충해 방제는 물론, 각종 잡초를 제거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며,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이다.
5월 날씨의 기준은 어린이날 즈음인 것 같다. 변화무쌍한 4월의 날씨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일정한 따뜻함을 보여주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추위를 많이 타면 긴팔을 계속 입겠지만 반팔을 하루 종일 입고 있어도 괜찮은 날씨를 보여주니 말이다. 그런데 절기는 벌써 여름이란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니 24절기가 중국에서 시작되다 보니 우리나라 날씨와는 맞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빠르다. 벌써 여름이 시작이라니...
점점 늘어났던 아기의 외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오늘은 어딜 가나?'매일같이 고민하는 아내를 보며 내가 더 편하게 육아휴직을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작년 이맘때쯤 아기는 아침 8시쯤 일어나 이유식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다 낮잠을 2번 정도 잤다. 아기가 자는 시간엔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쉴 수 있었는데 요즘은 낮잠을 힌 번만 자기에 아내는 계속 움직여야 하는 입장이다. 그만큼 아기가 많이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으니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
아기는 이제 제법 자아도 더 생겼다. 어릴 때 자아는 자아도 아닐 정도로 자기의 관심사가 뚜렷해졌고 싫고 좋음도 분명하다. 문제는 디방면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만 그렇다는 것... 이 또한 분명 더 확장되지 않을까 싶다. 밥을 먹을 때 자기가 싫어하는 것이 있으면 '엄마. 아빠'를 찾는 모습조차도 아직은 귀엽다. 직장에서도 편식 지도를 수년 째 하고 있지만 사실 편식 지도리는 것이 좀 모순된 일인 듯하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나 조차도 싫은 것은 안 먹으면서 아이들 보고 먹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저 영양불균형만 안 생긴다면 자신의 기호에 따라먹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 그래서 아기가 잘 안 먹는 것이 있어도 다음엔 먹겠지 하고 넘어가곤 한다. -편식이 너무 심하면 교사 모드로 지도를 할 것이다.- 놀 때도 그렇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반복하고 하기 싫으면 멀리 도망가거나 못 들은 척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른 척해주는 것이다. 나 역시 어릴 때 어머니께서 모른 척해준 것이라는 것을 부모가 되어서 알게 된 것 같다.
입하의 기간 동안 매 주말마다 근교로 외출을 했었던 것 같다. 이게 봄 날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일교차가 심해도 좋긴 좋았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 좋았고 푸르른 자연을 볼 수 있는 것도 축복인 듯하다. 오랜만에 만난 10년 지기 선생님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는 자기가 어디를 다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어쩌면 엄마, 아빠의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걷고 보는 것이 더 많아지는 요즘 세상을 만끽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푸르게 성장하는 자연처럼 건강하게만 자라줘도 감사할 것 같다. 그것이 행복의 초석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