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의 절기
소만(小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다. 이때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중에도 햇볕은 꽤나 따가운 편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야외로 나갈 수 있는 날도 곧 끝날터인데 그전에 많은 곳을 가야 했다. 주중엔 아내가 집 근처로 나가 아게랑 놀고 주말엔 차를 타고 조금 먼 곳까지 다녀왔다. 인천 영종도부터 시작해서 파주 퍼스트가든까지... 햇살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한 소만의 나날들..
운전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조금 편해지기 시작했다. 운전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공포심이 조금 사그라든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먼 지역까지 가는 것이 나도 그렇지만 아기도 많이 괜찮아졌다. 영종도에 가기로 한 것은 아내와 나의 충동적인 계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기는 뭔가를 결정하기엔 아직 어리기에 그저 따라갈 뿐... 아침 일찍 출발해 도착한 영종도는 바람이 꽤 많이 불었다. 원래는 둘레길을 걸으려 했으나 바람으로 인해 장소를 변경해 무의도로 가게 되었다.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멀고도 깊은 이곳에 차가 너무 많아 또 우리만 모르는 여행지인가 싶었다. 결국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장소를 한 먼 더 바꿔 을왕리로 가게 되었다.
'을왕리 해수욕장'
아내와 예전에 데이트를 하던 곳. 그땐 차가 없어 지하철과 버스로 왔던 곳.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을 이렬 때 쓰는 걸까? 차도 생겼고 아기도 함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니 말이다. 단지 아쉬운 것은 아기가 아직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과 유모차가 해변 둘레길을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처음 온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도착하니 아침과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차가 너무 많아 주차가 불가능한 상황. 결국 처음 목표로 했던 곳은 가보지 못하고 인근 지역에 잠시 주차를 하고 아기와 산책을 했다. 바람이 시원한 갯벌이 보이는 곳. 사람도 차도 많이 없고 캠핑하는 사람만이 있는 여유가 넘치는 오후였다. 아기도 충분히 놀았고 다음엔 우리도 텐트를 가지고 오자며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은 그저 하는 것 없이 쉬고 싶다. 늦잠도 자고 밀린 집안일에 찬도 만들어 놓고 수업 준비도 하면서 말이다. 예전엔 그렇게 했지만 아기가 크고 난 뒤 우리는 아기 중심의, 아기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도 예전처럼 한가롭지 못하고 뭔가를 해야 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이야기하다 지난번에 못 간 '퍼스트가든'을 가보자고 했다. 얼른 짐을 챙기고 점심 먹을 계획을 짠 후 출발... 하지만 아기는 우리의 계획을 틀어 버리는 변수... 곧 도착인데 차에서 잠이 들었다. 밥을 먹고 들어가야 하는데... 교대로 먹자, 테이크아웃을 하자, 가서 먹자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결국 테이크아웃을 해서 먹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실패... -사실 성공한 적이 없었다.- 우리야 대충 먹고살아도 아기는 정해진 규칙대로 먹어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구경을 하다 잠깐 쉬는 동안 아기는 점심을 먹고 그 틈에 조금 쉬고... 아기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그래도 눈치도 덜 보고 마음이 편한 곳이었다. 아쉬운 것은 아이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그래도 좋은 날 충분히 콧바람 쐬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았던 외출이었다.
절기도 절기지만 계절상 가장 야외활동 하기 좋은 시기가 이맘때가 아닐까? 아직은 어리지만 조금 더 크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겠지... 예전에 아내가 그런 말을 했다. 내가 '조금 더 크면 할 수 있는데 뭘 벌써부터 하냐?'라고.. 그러니 아내는 '지금부터 해봐야 나중에 더 재미있게 잘할 수 있는 거라고'...
아내 말이 맞는 게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아빠인 나도 아기를 위해서 짜잔~하면서 잘 놀아 주는 게 힘들다. 무엇이든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이 익숙해지면 능숙하게 놀아 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아기가 못 놀고 아쉽고 해도 분명 이런 것들의 경험치가 쌓여 아기도 잘 놀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 여행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