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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직이나 사직을 생각할 무렵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누군가는 말한다. 교사는 '철밥통'이라고..

명예퇴직이든 정년퇴직이든 더 이상 일을 못할 때까지 큰일이 없으면 매달 급여를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내가 큰 일로 그만 둘 일이 없다면 사직당할 일 없이 오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만족하거나 안주하며 살지는 않는다. 어떤 분은 실제로 교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기도 하고 나처럼 다른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꽤나 많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교육자가 아니라 노동자 취급을 받게 된 이상 교사라는 직업이 주는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 글을 쓰기까지 약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학교 일이 바쁜 것도 있었고 그동안 심신이 지친 탓에 이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아니, 애들이 좋아서 하는 거 아니었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벽'을 많이 느끼는 시기였다. 아이들은 아직도 좋고 함께 있으면서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학교라는 이 조직에서 느끼는 한계점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현재 근무 중인 학교가 나빠서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학교라는 조직은 나 혼자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해서 되는 곳이 아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조율도 해야 하고 학부모 동의, 학생의 반응 등도 살펴야 한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고 유익하다도 해도 어느 한 부분에서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또 설득과 자료 준비 등이 이루어지다 보니 시간은 더 소요되고 감정 소모도 많아지는 것이다. 안 하면 그만인데 또 해야만 하는 성격이다보니 더 피곤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어떤 일을 계획할 때 '분명 이렇게 하면 학생들에게 더 유익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편하게 살래요!'라고 여기저기서 반응이 나오면 계획하고 준비한 입장에서는 힘을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되면 마치 '학습된 무기력'처럼 '또 안 될 것 같은데 뭐 하러 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직에 대해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 두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나 혼자 산다면 큰 문제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든 기술을 배우든 아니면 해외로 나가 살아보든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겠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아내와 이제 태어난 지 두 돌도 안 된 아기가 있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사직'이 아닌 '이직'이었는데 막상 갈 수 있는 길이 좁았다. 나의 정보 부족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사실 장학사 시험이나 연구사 시험도 모두 도피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나에게 해준 말이 '단지 학교가 싫어서 도피가 목적이라면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장학사 시험 보지 마'였다. 아내 말이 맞다. 장학사가 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고 '교장, 교감'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바늘구멍 같은 장학사 시험에 통과해서 된다고 한 들 난 가족을 등한시할 수 없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잘 알기에... 자기 평가를 했을 때 장학사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꼼꼼한 면도 없고 세심하게 일을 처리할 능력치가 없다는 것도 안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교육현장에 적용하고 써먹을 수 있는 교육자료나 연구정책 등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연구사가 되는 길이 있는데 이 또한 어렵다. 특수교육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국립특수교육원'에 시험을 보고 싶었으나 그곳을 추천하지 않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 또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도 일이지만 거리가 문제가 되니 선뜻 도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만 하다가 몇 주가 흘러 버렸다. 현재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다. 나는 계속 이직을 생각하고 있고 기회가 있다면 도전할 것이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은 나이가 될 것인데 이 또한 가능한 시기까지는 도전해 볼 생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재 삶에 불만만 가지다가는 스스로가 피폐해질 것만 같아서 가족들과 즐겁게 생활하며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 교직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또 좋은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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