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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특수교육에 대한 개인적 지향점

특수하지만 특수하지않은 특수교육

by 종우리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이 변하듯 우리의 삶도 더 변해야 하고 또 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이 더 좋고 익숙함이 능숙함이 되어 전문가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변해야 한다. 나의 삶도, 나의 자세도, 익숙함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교사를 시작하고 5번 정도 교육과정이 바뀐 것 같다. 처음엔 교육과정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수업과 업무를 병행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나오면 찾아보기 바쁘다. 어떤 내용이 적용됐는지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찾아보곤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현재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지 친한 선생님과 이야기해보기도 한다.


특수교육은 일반교육과 다르다면 다르고 같은 틀이라고 하면 같다고도 볼 수 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기반하다 보니 나라의 교육정책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운영에서는 괴리감이 큰 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교학점제'가 아닐까... 일반학교에서도 문제는 많겠지만 특수학교도 만만치 않게 문제가 많았고 현재도 그러하다.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없이 부모의 선택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도 있고 과목 선정에서도 제한이 많으니 말이다. 이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발달장애 학생의 경우 자기의 주관대로 선택해서 교육받을 수 있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싶다. 다만 운영을 해야 한다면 형식적인 틀이 아닌 아이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실제로 특수학교 선생님들은 늘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평생 숙제 일수도 있겠다. 요즘 특수학교 학생들을 보면 예전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그래도 글을 읽고 쓰거나 덧쓰기 등이 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하더라도 한 반에서 수준을 나누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을 보면 문맹이 많고 장애정도도 중증화되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죽했으면 준비한 수업이 망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중에 '내가 혹시 잘못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교사가 나에게 맞는 직업일까?'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때가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충분히 고민하고 교과서나 참고할만한 것을 찾아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들을 준비하는데도 전혀 가르치지 못하고 나온 기분이 들 때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나의 수업 준비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교과서가 어려운 것도 있을 수 있다. 학생들도 장애 정도뿐만 아니라 높은 문맹률과 미디어의 발달로 펜보다 터치화면이 더 익숙한 세대가 되었다. 예전보다 더 복잡한 세대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업에서 펜을 잡고, 글자를 쓰고 색칠하던 공부도 이젠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스크린이 더 익숙한 세대에게 펜을 강요하는 것도 생각 해봐야겠고 그렇다고 미디어만 가지고 수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교육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즉, 수준을 고려해서 수업 준비를 해도 학생들은 수준을 더 낮춘 교육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고민들이 앞으로의 특수교육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가야 할지가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조금씩 시도하고 도전해서 학생들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또 한 세대를 지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 방식만 고집하다간 준비하는 나도 배우는 학생도 모두 지루할 것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만 해줄 수도 없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만 해줬다간 교육이 아닌 보육이 될 수도 있기에 고민이 많다.

글자도 모르고 발화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교육. 잘하는 아이도 중요하지만 중증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내고 맞게 수정하여 지도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특수교육의 방향성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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