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괴물을 다스리는 연습이 필요해
[그림책 에세이] 화 괴물이 나타났어! - 저자/ 미레이유 달랑세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기쁨, 행복, 안심, 신남, 슬픔, 놀람, 두려움, 우울함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화'는 때때로 갑자기 튀어나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누구나 화가 날 때가 있다.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왜 화가 났는지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떼를 쓴다거나 소리를 친다거나 우는 것으로 자신이 화가 났음을 표현한다.
감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토록 힘을 빼지 않아도 될 텐데.
미레이유 달랑세 작가의 <화 괴물이 나타났어!>는 분노의 감정인 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하루 종일 기분 나쁜 일만 일어난 로베르가 등장한다. 로베르는 온몸으로 자신이 기분이 좋지 않음을 표현한다.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아빠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저녁밥을 보자마자 불평을 하는 로베르에게 아빠는 방으로 올라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혼자 방에 있게 된 로베르는 점점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하고, 결국 뜨겁고 붉은 덩어리를 쏟아낸다.
로베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화가 커다랗고 무섭게 생긴 괴물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화 괴물은 로베르에게 무엇을 할지 물어보더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로베르의 대답에 침대를 엉망으로 만들고, 탁자와 스탠드도 다 쓰러뜨린다.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던져버린 탓에 방은 순식간에 엉망이 돼버린다.
결국 화 괴물은 로베르가 가장 좋아하는 트럭까지 망가뜨리게 되고, 놀란 로베르는 그제야 화 괴물을 멈추게 한다. 그러고는 괴물이 날뛰어 엉망이 된 방을 하나씩 정리한다.
로베르가 정리를 마치고 다시 만난 화 괴물은 아주 작아져 있다. 로베르는 작고 약해진 화 괴물을 상자에 집어넣는다.
화라는 감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화 괴물이 나타났어!> 속 화 괴물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불처럼 뜨겁게 타올라서 도저히 내 안에 품고 있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감정. 그래서 바깥으로 꺼내버리고 싶은 감정말이다.
화를 분출하는 그 순간에는 뭔가 해소되는 듯한 기분이 들지 모르지만, 그건 그저 기분일 뿐이다. 달라진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건 건강하지 못한 방법이니까. 아이가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을 감추려 하지 말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느끼고,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선, 아이에게 분노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왜 화가 났는지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일단 '화'를 똑바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어서 때로는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은 분노를 이해하고 극복해야만 아이는 언제 어느 때 화 괴물을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그 괴물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울고, 소리 지르는 것으로 자신의 화난 마음을 표현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렇다. 떼를 쓰고 울다가 점점 더 격하게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엄마에게 보여주려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무조건 수용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 괴물이 날뛰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방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마저 망가지게 된 로베르처럼 아이 역시 화 괴물에게 휘둘리게 되면 소중한 것을 잃게 될 수 있다.
엉망이 된 방을 제 손으로 정리한 로베르처럼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분명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만약 화를 분출했을 때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화 괴물이 나타났어!>를 읽으면서 화를 잘 다스리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소중한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물론 그 화가 더 큰 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도.
우리는 모두 언제든 로베르처럼 화 괴물을 만날 수 있지만 화를 조절하면 화 괴물도 힘을 쓸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화 괴물에게 힘을 쥐어주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그 힘을 빼앗을 수 있는 것도 나다. 결국 나에게 달린 문제인 것이다.
아이의 화 괴물과 나의 화 괴물이 서로 맞붙게 된다면 누가 이기게 될까. 지금은 엄마인 내가 더 우세할지 몰라도, 사춘기 아이의 화라면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다. 불처럼 뜨거운 화 괴물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 집이 홀랑 타버릴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두려워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아이들과 함께 엄마인 나의 화를 다스리는 연습을 지금부터 꾸준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