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엉이다 Jul 29. 2023

도서관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림책 에세이] 나는 도서관입니다 - 글/ 명혜권, 그림/ 강혜진

어릴 적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부모님께서 책을 사주시긴 했지만 엄마가 친구분께 구입한 출판사 전집은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도 비싼 돈을 들여 사주신 책이니 어떻게든 읽어보려 했으나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도서관에서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공짜로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 문을 닫기 전까지 읽다가 다 못 읽은 책은 빌려와 집에서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덕분에 시력은 엄청 나빠졌어도 그때 읽었던 책 덕분에 나는 이만큼 성장한 것이라 믿고 있다.




명혜권 작가의 <나는 도서관입니다>는 도서관의 평화롭고 다정한 풍경을 고스란히 잘 담고 있다.

<나는 도서관입니다>의 화자는 사람이 아닌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직접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도서관은 필요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공간이지만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도서관 문을 열기 전 이른 시간부터 도서관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가를 정돈하고, 청소도 하고, 그렇게 단장을 마친 뒤 사람들을 맞이한다.

도서관에 온 사람들은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게시판에 걸린 행사나 소식들을 챙겨보기도 한다. 도서관은 사람과 책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다른 것에는 큰 욕심이 없는 편이지만 책욕심은 유난스러울 만큼 많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은 짐은 책이 되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지 않을까. 하지만 책을 읽고, 안 읽고는 아이가 결정할 문제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최대한 많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조금씩 조금씩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책육아를 시작했다.

다행인 건 첫째 아이와 함께 집에 있는 모든 책들을 한 번씩은 다 읽어보았다는 것이다. 첫째에 비해 둘째와의 책 읽기에는 소홀했지만 엄마가 바쁠 땐 나 대신 누나가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얼마나 든든한지.

책장은 이미 포화상태. 더 이상 책은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책 읽기를 멈출 수는 없으니 도서관을 열심히 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최소한 이주일에 한 번은 꼭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간다. 차를 타고 20분은 가야 하지만 그 정도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바깥세상은 잊고 한없이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만 싶어 진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왁자지껄 시끄럽지 않고, 원하는 책을 찾아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꽤나 보기 좋다.

계속 도서관에 다녀서일까, 세상 발랄한 둘째 아이도 도서관에 가면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제 도서회원증을 달라며 야무지게 손을 내민다. 그래도 빌리는 건 엄마 손이 필요하지만 회원증을 손에 쥐고 있으면 뿌듯한 기분이 드나 보다.

그동안 그림책만 보던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습만화책을 접한 이후로 신세계를 경험했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제 몫으로 주어진 7권은 아이 마음에 드는 만화책으로만 고른다. 한 명당 7권씩 대출할 수 있으니 4인 가족인 우리는 총 28권이 가능하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 고르고, 내가 보고 싶었던 책도 찾아보고, 도서관에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강연소식이 적힌 게시판도 빼놓지 않고 살펴본다. 이렇게 엄마가 도서관 곳곳을 누비고 다니느라 바쁜 사이 아이들은 도서관이 제 집인 양 아빠와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본다.

그냥 볼 때도 예쁜 내 아이들이지만 책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모두 다 예뻐 보인다. <나는 도서관입니다> 속 도서관이 아이들의 모습을 봐도 그럴 테지.




오늘도 아이들과 도서관에 다녀왔다. 마침 마지막주는 도서관 행사주간이라 배의 책을 대출할 수 있어 평소보다 더 많은 책을 가방에 담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고, 든든했다.

아이들이 더 크면 친구들과 도서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으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겠지만 "엄마랑 같이 안 갈래요."라는 말이 아이 입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같이 도서관에 가고 싶다.

도서관은 책을 읽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주어야 계속 생기 있게 유지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힘이 닿는 한 계속 도서관을 찾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이 오지 않는 밤, 잠이를 기다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