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잠이를 기다리며
[그림책 에세이] 잠이 오는 이야기 - 저자/ 유희진
"밥 잘 먹고, 잠 잘자면 그것만큼 큰 효도가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자는 일이 대체 왜 아이들에게는 이리도 힘든 일인 걸까.
유희진 작가의 <잠이 오는 이야기>는 매일 밤마다 잠 때문에 아이와 전쟁을 치르는 엄마, 아빠를 위한 그림책이다.
잘 준비를 마친 엄마와 딸, 엄마는 자려고 불을 끄는데 아이는 전혀 잘 생각이 없는 표정이다.
엄마는 불 끄고 눈을 감으면 금방 잠이 든다고 했지만 아이는 더 놀고만 싶다.
왜 잠이 잘 오지 않는 건지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잠이 멀리 살고 있어서 쉽게 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잠아, 이리 와!"라고 부르면 그제야 잠은 출발할 준비를 한다고. 가방 안에 그날 아이가 꿀 예쁜 꿈들을 잔뜩 넣고서 말이다.
그러나 잠이 오다가도 아이가 눈을 뜨거나 말을 하면 쌩 하고 되돌아가 버릴 수 있으니 잠을 부른 후에는 눈을 꼭 감고 조용히 잠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잠은 아이 곁에 와있다.
육아 7년 차인 나에게도 잠은 매일 주어지는 숙제다.
잠을 자지 않으려는 아이들과 잠을 재우려는 엄마의 팽팽한 줄다리기.
그림책을 더 읽고 싶다거나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건 기본이고, 목이 마르다, 화장실이 가고 싶다, 덥다, 춥다, 인형이 없다, 베개가 불편하다 등등 아이가 잘 수 없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자는 척을 해도 소용없다. 그럼 아이들은 엄마를 큰 소리로 부르거나 간지럼 공격을 하면 되니까.
아직 아이들이 잠자리 독립을 하기 전이라 나와 아이들은 다 같이 잔다.
내 왼팔에는 둘째 아이가 오른팔에는 첫째 아이가 누워서 팔베개를 하고서. 남편도 신혼 때 해주고 안 해준 팔베개이건만 나는 아이들에게 365일 매일 밤마다 팔베개를 해주고 있다. 이것은 찐사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자부한다.
불 딱 끄자마자 아이들이 잠드는 상상을 해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 불을 끈 뒤부터가 아이들에게는 본격적인 시작이다.
첫째 아이는 잠귀 밝고, 예민한 나를 닮았다. 안 닮아도 되는 건데 왜 꼭 그런 건 닮는 건지... 말을 못 할 때는 울음으로 잠을 거부하더니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끊임없는 수다로 엄마를 잠 못 들게 한다.
이제는 둘째까지 가세해 화력이 더 세졌다. 더 어릴 때는 말을 잘 못하기도 했고, 누나 목소리 크기에 눌려 가만히 듣기만 하더니 이제는 좀 컸다고 제 목소리를 더 높인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귀가 두 개가 아니라 양쪽으로 두 개씩 네 개는 됐으면 좋겠다 싶다.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렇게나 많으니 어쩌겠나. 친구 이야기부터 친구네 집 강아지, 친구네 할머니집 강아지는 물론이고, 길에서 본 지렁이도 주제가 된다.
한참 들어주다가 "이제 자자." 목소리를 한껏 깔고 말해봐도 그때뿐이고, 다시 살금살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웬만큼 들어줬으면 안 받아주고 자는 척을 하면 될 텐데 자꾸 맞장구를 쳐주는 나도 문제다.
오늘만 해도 침대에 눕기 전에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지. 일찍 자는 거야.' 결심하며 누웠는데 그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하도 많은 말이 오고 가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첫째 아이의 말투를 흉내 냈고, 아이들은 그게 웃겼는지 웃기 시작했다. 한바탕 깔깔깔 웃고 난 둘째가 "너무 웃기다. 한 번 더 웃고 싶다."하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아이들 잠이 완전히 깨버릴지 모르는 위기의 순간, 잠깐 고민은 했지만 까짓 한 번 더 웃겨주기로 했다. 나로 인해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웃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싶어서. 잠이가 오다가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저 멀리 있는 잠이보다 내 눈앞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이 먼저였다.
실컷 웃고 떠들어서일까 예상보다 아이들은 일찍 잠이를 만났다.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보니 천사가 따로 없다. 오늘밤도 잠이가 아이들에게 예쁜 꿈 놓고 가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