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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22. 2023

나의 줄무늬 없애기 프로젝트

[그림책 에세이] 줄무늬가 생겼어요 - 저자/ 데이비드 섀논

나는 어릴 적 소위 '범생이'라고 불리는 아이였다.

부모님께는 '착한 딸'이었고,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반장'으로 불렸다. 그때는 이것이 나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난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튀고 싶지 않았던 소심한 아이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했던 아이.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게 나를 맞추며 살아왔다.

자라면서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들을 직면하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더 신경 쓰였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합리화하며 내가 조금 마음에 안 들더라도 다른 사람이 좋다면 그냥 따르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곤란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 생각을 표현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섀논 작가의 그림책 <줄무늬가 생겼어요>의 주인공 카밀라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제나 신경 썼다.

카밀라는 아욱콩을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그 사실을 알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봐 꽁꽁 숨긴다. 심지어 엄마, 아빠에게 조차도 비밀이다.

학교 가는 날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계속 옷을 갈아입던 카밀라는 자신의 몸에 줄무늬가 생긴 것을 알고 놀란다.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과학자, 주술사 등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카밀라의 집을 찾아온다.

이제 카밀라는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라 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해있었지만 할머니가 주신 아욱콩을 먹고 나서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되었고, 그 이후로 카밀라는 친구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아욱콩을 먹는다.




아욱콩을 좋아하는데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카밀라의 마음이 어땠을까. 고작 콩일 뿐인데.

하지만 그보다 더한 건 나였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 있었다.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남들의 기준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인데 내 안에 나는 없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축에 속했지만 나의 내면은 그렇지 않았다. 작은 상처에도 몹시 아팠지만, 그것이 곪아 터져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냥 모른척했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니까.

내게 줄무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들 갑자기 내가 180도 달라질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달라지고 싶었다. 달라져야만 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카밀라가 할머니에게 용기 내어 아욱콩을 좋아한다고 말했듯이 나도 용기가 필요했다.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어려웠지만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유튜브 강의도 찾아들었다. 그리고 글을 썼다. 말로 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나마 글은 나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았다.

전업주부이자 엄마인 나는 육아가 나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아이들이 온전히 행복할 수는 없을 테니 나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육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지난 2021년 블로그를 만들고, 2022년에는 네이버 오디오클립 채널을 개설했다. 독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최근에는 브런치스토리에도 글을 발행하고 있다.

작지만 이 모든 활동들이 내 몸에 새겨진 줄무늬를 없애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욱콩을 행복하게 먹던 카밀라처럼 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잃어버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나를 꼭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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