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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Aug 29. 2023

이만하길 다행이야

흉터 없이 새살이 돋아나기를

친정아빠와 통화를 하면 끊기 전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이들 잘 봐라."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7년째 늘 한결같은 말씀이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한시라도 눈을 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주말만 기다려온 아이들.

외출할 때부터 평소보다 더 텐션이 높았다.


너무 텐션이 높다 싶더니 아뿔싸. 첫째 아이가 넘어지고 말았다.

평소에도 잘 넘어지곤 해서 잔소리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상처가 꽤 깊었다.

하필 얼굴 군데군데 상처가 났다.


아이도, 엄마인 나도 많이 놀랐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던 터라 경황이 없었지만 급한 데로 응급처치를 했다.


아직 어린 둘째까지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은 무리라 남편이 첫째 아이만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은 일요일이라 문 연 병원이 없어 응급실에 가겠다고 했다.

아이를 보내놓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따라 유독 더 보채는 둘째를 달래며 친한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예전에 언니 아이가 다쳐 꿰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불현듯 기억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요일에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이었기에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그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내 몸은 집에 있었지만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칭얼대는 둘째 아이를 재워놓고, 남편에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예상대로 아이는 상처 부위가 깊어 세 군데를 봉합해야 한다고 했다.

바로 꿰맬 수 없어 대기했다가 마취를 하고 진행된 수술.


좀 컸으니 이젠 괜찮겠지 마음을 놓은 것이 잘못이었을까.

핸드폰을 붙들고, 꿰맨 상처를 어떻게 관리해줘야 하는지 검색해 보면서 흉터가 남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됐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었는데 상처와 흉터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흉터에 관한 책을 읽어주어서 아이가 흉터를 갖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외출을 하지 말고 집에 있을걸 그랬나? 하는 후회까지... 남편에게 봉합이 잘 끝났다는 연락이 오기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가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다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화면 속 아이는 울었는지 눈이 빨개져 있었다.


아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분명 아이 앞에서는 아무 내색하지 말아야지, 씩씩하게 잘 해냈다고 칭찬해 줘야지 마음먹었었는데 소용이 없었다.






오전에 병원에 갔던 아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아이도 진이 빠졌는지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었다.


의외로 아이는 씩씩하고 덤덤했으나 그런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그러지 못했다.

이미 한차례 눈물바람을 했으니 울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또 눈물이 나려 했다.


아이도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았는지 "엄마, 울어요?" 물었다.

"아니야, 아니야! 엄마 안 울어! 엄마가 왜 울어. 우리 딸이 이렇게 씩씩하게 치료 잘 받고 왔는데." 하며 눈을 슥슥 닦아냈다.

내가 울면 아이 역시 마음이 약해질 테니 마음을 다잡아야지 생각했다.


엄마의 우는 모습을 봐서였을까, 정작 아이는 엄마 앞에서 우는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조그만 상처에도 목청껏 엄마를 부르며 울었었는데 많이 컸구나 싶었다.

엄마가 슬퍼할까봐 아픔을 견디려 애쓰는 아이를 보니 더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장하다고 말하면서 온 마음을 다해 아이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괜찮아질 거야.

주문을 걸어본다.




제목사진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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