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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Aug 24. 2023

나는 그냥 엄마입니다

좋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부모님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조금 더 소중했다.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있었다.

그랬던 나에게 아이가 생겼다. 세상에 태어나 나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생긴 것이다.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꼭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학창 시절 모범생이었던 나는 성실하게 학업에 임했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았다. 그건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인정받을 수 있었고, 그것은 나의 자부심이 되었다.

내 마음속에는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나의 성실함과 노력이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육아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라는 걸 왜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것일까.

애초에 난 육아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아기도 어른처럼 졸리면 자고, 배가 고프면 모유든 분유든 잘 먹는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 어쩜 그렇게까지 모를 수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나의 무지함에 웃음이 난다.

 



친구들 중 제일 먼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기에 주변에 물어볼 데도 없었다.

내가 기댈 곳이라고는 육아서와 다른 엄마들의 블로그, SNS가 전부였다.

분명 도움이 됐다. 그야말로 나는 생초짜 엄마였으니까.


하지만 내 모습은 블로그나 SNS 속 엄마들과 너무나 달랐다.

출산 전과 다름없는 정돈된 외모.

아이를 키우면서도 항상 깨끗한 집.

친환경 재료만을 사용해 정성 들여 만든 이유식.

아이를 위해 직접 만든 놀잇감.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을 보면서 난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자책했다.


다 늘어난 수유 원피스를 입고, 삼일에 한번 그것도 겨우 남편이 아이를 봐줄 때만 머리를 감을 수 있었던 건 결코 나의 잘못이 아니었는데도 그때의 나는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모유를 조금 먹고 마는 건 내 모유량이 부족해서이고, 아이가 잠을 푹 못 자고 자꾸 깨는 건 내가 제대로 된 수면교육을 하지 못한 탓이라고. 나처럼 부족한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내 품에 있는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이 아이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지 두려웠다.

아이로 인해 힘든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찍게 되고,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끝도 없는 터널을 걷는 기분으로 매일매일을 견뎠다.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과는 별개로 나 자신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성공했다.

왼쪽으로 기우뚱, 여의치 않으니 오른쪽으로도 시도하면서 계속 노력하더니 태어난 지 120여 일 만에 뒤집기 성공한 것이다.


잘 안될 때는 낑낑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용을 쓰다 울어버리더니 아이는 뒤집기를 성공한 게 뿌듯했는지 씩 웃어 보였다.

누워서 보던 세상과 제 의지대로 제 힘으로 엎드려서 보는 세상은 분명 달라 보였겠지.

너무너무 신기하고, 기특했다.


아이의 동영상을 남편에게 보내 놓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데... 엄마가 됐다고 해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는 거지? 좋은 엄마가 대체 뭐길래 난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는 거지?'


처음이니까 서툰 건 당연하다.

비록 서툴더라도 아이에겐 내가 세상의 전부였을 거다.

아이는 모든 것을 잘하는 엄마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엄마가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나 스스로 '좋은 엄마'라는 틀에 갇혀 다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웃으면 그런 나를 보며 아이 역시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때부터 나는 수시로 나에게 얘기해 준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하면 돼."

신기하게도 내가 나에게 건네는 그 말이 큰 위로가 된다.


좋은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다.

하루 한 번 아이를 꼭 안아주고, 눈 맞춤을 하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것이다.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면 '그냥 엄마'여도 모자라지 않다.


육아가 처음이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지금도 괜찮다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우리 역시 아이와 함께 자라고 있는 거라고 말이다.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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