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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Aug 17. 2023

아빠의 사랑

아빠의 편지에 담긴 마음

아이들이 잠들기 전 꼭 해야 하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바로, 아빠의 마사지!

성장통인지 다리가 아프다는 첫째 아이의 말에 남편이 다리를 주물러 준 것이 시작이었다.

누나가 하는 건 뭐든지 따라 하고 보는 둘째 아이가 아빠에게 저도 해달라고 다리를 내미는 통에 그날부터 남편은 두 아이 전속 마사지사가 되었다.

아빠의 마사지를 받아서인지 아이들이 잘 자고, 다리 아프다는 말이 쏙 들어가서 좋긴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마사지 시간이 긴 만큼 아이들 수다가 길어졌다. 마사지가 끝나면 아이들이 바로 잠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해 나까지 덩달아 잠드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참다못해 남편에게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마사지를 해줄 참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어차피 나중에는 해주고 싶어도 못해줄 테니 해줄 수 있을 때 실컷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둘째 아이에게 오늘 어린이집에서 했던 활동이 재미있었는지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이들 재우고 빨리 브런치에 글 쓸 생각에 마음이 급했는데 남편과 아이가 나누는 대화에 아차 싶었다.

남편 말대로 지금의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 아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남편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그러면서 문득 나의 아빠가 떠올랐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이제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지만 아빠의 마음은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아빠의 사랑이 엄마의 사랑과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아빠와 단둘이 있으면 어쩐지 약간 어색하다.

엄마와는 하루종일 수다 떨기가 가능하지만 아빠와는 무리일 것 같다.

어릴 적 아빠와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걸까 하고 추측해 볼 뿐이다.

그럼에도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는 확신했는데 그건 아빠의 편지 덕분이다.




지금은 주 5일제가 시행 중이지만 예전에 아빠는 주 7일 근무하셨다.

항상 바쁘셨던 아빠는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밤늦게 퇴근 후 다시 새벽에 출근, 참 열심히 사셨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출근. 유일하게 쉬는 날은 추석, 설 연휴, 여름휴가 딱 세 번뿐이었다.

그러니 나와 동생이 아빠와 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도 그때뿐이었다.

아빠가 가장의 역할, 책임을 다하시는 동안 나와 동생은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보냈기에 아빠와 함께한 추억이 많지 않다.

대신 나는 아빠에게 편지를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편지를 받았다.

그 이후로 생일, 졸업, 성년이 되던 해 등 내 인생의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아빠는 편지를 써주셨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책상에 올려진 아빠의 편지를 발견하면 반갑고 좋았다.

가장의 무게, 고단함을 다 알진 못해도 잠잘 시간을 할애해 편지를 써주신 아빠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평소에는 무뚝뚝한 아빠였지만 편지를 읽다 보면 이런 딸 바보가 또 있나 싶게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아마 표현이 서툴렀을 뿐 마음만큼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 크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 남편을 딸바보라고 놀렸는데 그러고 보니 원조 딸바보는 아빠가 아니었나 싶다.

아빠가 써주셨던 편지는 지금도 소중하게 잘 간직하고 있다.

내가 아빠의 사랑을 잊지 않았듯이 아이들도 아빠의 사랑을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편지처럼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마사지받은 거 기억 하나도 못하면 어쩌나 슬쩍 걱정이 된다.

게다가 남편은 아이들이 더 크면 마사지해 달라고도 안 할 거라고 호언장담 했지만 계속해달라고 하면 어쩔셈인지 모르겠다. 그건 또 그거대로 아빠랑 아이들이 계속 사이좋다는 뜻일 테니 괜찮으려나.

내일은 엄마랑 통화하기 전에 아빠한테 먼저 전화드리는 것으로 내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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