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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Aug 14. 2023

그런 순간이 있다

엄마라서 알게 된 순간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

단 몇 분 만이라도 시곗바늘을 앞으로 돌릴 수 있다면 아이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어차피 내 안의 화는 딱 그 정도의 시간만 지나면 사그라들 것을...

아이가 아플 때-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라는 말이 있지만 안 아프고 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픈 아이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뿐일 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싶은 순간이 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힐 때-

까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아이가 나를 꽉 안아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이가 내 등을 토닥여 줄 때면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이 있다.


말도 안 되는 나의 막춤에 아이가 웃을 때-

남들 앞에선 절대 보여 줄 수도, 보여 준 적도 없는 막춤을 아이들이 좋아하면 부끄러움도 잊고 몇 번이고 춰줄 수 있다.

"엄마는 내 거야." 하는 누나에게 지지 않으려는 듯 엉덩이를 비집고 품 안으로 들어오는 둘째를 볼 때-

이제는 좀 컸다고 누나가 엄마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엉덩이부터 들이밀고 보는 둘째 아이

언제 이런 사랑을 받아보겠는가. 아이들이 엄마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이런 사랑 줄 때 누려야지.




내가 엄마인 걸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아이의 아주 작은 칭얼거림에도 눈이 번쩍 떠질 때-

첫째 아이가 신생아일 때부터 잠귀가 더더더 밝아졌다. 거의 소머즈급이다.

잠결에 깨서 보채던 아이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다 다시 스르르 잠이 드는 걸 볼 때-

애착 인형, 애착 이불 보다 아이에겐 더 좋은 엄마 머리카락. 덕분에 엄마는 계속 긴 머리 유지 중.

친정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될 때-

집안일을 하다가, 때로는 아이들을 돌보다가 문득문득 친정엄마가 떠오른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말, 행동들이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된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닌데.. 내가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두 아이 출산 후 건망증이 심해졌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아이들을 내 품에 처음 안았던 때

아이들이 처음 눈 맞춤을 해주었던 때

아이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처음 '엄. 마'라고 불러주었던 때

아이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첫걸음을 내딛던 때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오늘이 되었구나 싶다.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였지만 그 별일 없음 마저도 감사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일을, 최대한 많은 순간들을 가슴에 담아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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