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은 약손이 안 통하는 비염
비염을 낫게 해 줄 수는 없지만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찾아온 가을.
계절의 변화가 반갑기도 했지만 온전히 반가워할 수만도 없었다.
환절기가 되면 남편과 아이들이 평소보다 더 비염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말이 되자 여전히 한낮에는 여름처럼 기온이 높고, 더운 날이 이어졌지만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연신 재채기를 하고, 두 아이는 코를 훌쩍이며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연애를 할 때는 남편이 비염 때문에 고생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전까지 비염이라는 병을 모르고 살았기에 남편이 코를 훌쩍이고, 재채기를 자주 해도 그런가 보다 했다.
아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도 같다.
하지만 알레르기 증상이 남편을 거쳐 아이들에게까지 나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첫째 아이는 신생아일 때부터 재채기를 한 번 했다 하면 5-6번을 연속으로 하곤 했다. 그 모습은 남편과 꼭 닮아 있었다.
'혹시...?' 하는 걱정은 아이가 만 3세가 지나자 현실이 되었다.
아빠나 엄마 중 한 명이라도 비염을 앓고 있다면 아이에게 유전될 확률은 50%라고 한다. 이것은 아이의 비염으로 다섯 곳 이상의 병원을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다.
둘째 아이 역시 누나와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를 훌쩍이며 무척 힘들어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가족 4명 중 3명은 비염과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병원을 자주 찾는다.
가을을 맞아 비염과 결막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는 분주해졌다.
우선, 증상이 심해지기 전 아이들과 함께 한의원을 방문했다.
양약도, 한약도 적기에 쓰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한약을 지었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챙겨 먹이고 있다.
환기를 자주 해준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도 꼭 환기를 시키고 나서 공기청정기를 튼다.
신생아가 있는 집이라면 필수인 온습도계. 우리 집에는 이제 신생아가 아닌 어린이들이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온습도계는 꼭 필요하다.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춰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조해진 실내는 가습기로 습도 조절을 해주고 있다.
침구류 세탁도 잊지 않는다. 최근에 구입한 건조기 덕분에 일손을 덜었다.
작두콩차가 비염에 좋다고 해서 끓여주고 있다. 주스처럼 벌컥벌컥 시원하게 마셔주면 좋을 텐데 입맛에 맞지 않는지 반응이 별로다. 그래도 계속 먹일 생각이다.
면역력에 도움이 된다는 아연도 챙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아이들이 골고루 잘 먹고, 일찍 푹 잘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손은 약~손"하며 배를 문질러준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듯하다. 한참을 매만져주고 나면 배 아프다는 소리가 잦아들곤 했으니까.
비염에도 엄마손이 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염을 치료할 수는 없다고 한다.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이 최선일뿐.
비염을 낫게 해 줄 수는 없어도 엄마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목사진출처 :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