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엉이다 Sep 28. 2023

아이의 치아 관리는 어려운 숙제다

치아 관리 평소에 꼼꼼하게 잘하자

38개월인 둘째 아이는 꼭 엄마랑 양치질을 하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아빠를 소환해 주면 좋으련만 목청껏 "엄마!!!!!!!!!!!!!!!!!!!!"를 부른다.

아이가 스스로 하긴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결국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언제쯤 제 손으로 꼼꼼하게 양치질을 잘할 수 있을까.


치실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은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치실로 잘 제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치과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뒤부터 꼬박꼬박 해주고 있다.

하지만 양치도, 치실도 모두 자기 전 엄마와 하는 놀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와 달리 나에게는 큰 숙제다.




치실을 해주려는데 어라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 보였던 검은 점이 아이 아래 어금니에 보였다. 심지어 위 어금니에도 검은 점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 칫솔을 가져와 문질러 봐도 그대로였다. 이쑤시개까지 동원해 가며 어금니에 보이는 검은 점을 없애보려 했지만 실패.

아무래도 이것은 충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아이는 치과에 대한 공포가 그리 크지 않았는지 수월하게 검진을 받으러 다닐 수 있었지만 둘째는 누나와 달랐다. 그냥 검진일 뿐인데도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다. 예약하려면 또다시 한참 기다려야 하는 '어린이치과'였기에(어른들이 가는 일반 치과는 데리고 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치과 선생님께서는 익숙하신 듯 "아이 팔다리를 꾹 눌러주세요."라고 말씀하셨고, 남편은 팔, 나는 아이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눌러서 아이의 눈물콧물을 쏙 빼놓고 나서야 검진을 마칠 수 있었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충치라니... 

만 3세 아이의 충치 치료는 어떻게 진행이 될지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웃음가스, 마취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엄마인 나는 걱정이 됐다.

남편은 대놓고 아이의 충치에 엄마인 나를 탓하는 건 "양치 꼼꼼히 해줘야 한다니까.", "단 거를 그렇게 많이 줬으니." 등의 말로 속상한 나의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하나인데 뭘 어때하는 마음으로 줬던 막대사탕과 젤리 때문일까.

혹시 귀찮을 때면 양치질을 대충 해준 것이 원인일까.

누나보다 단 것을 더 좋아하고, 사탕을 어금니로 와그작와그작 씹어먹는 아이를 보며 귀엽다고 웃었던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전에 갔던 어린이치과에 전화를 해보니 이미 예약이 꽉 차있는 상황. 10월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말에 전에 누나랑 한번 가본 일반치과에 예약을 했다. 


치과 가기 D-1.

집에 있던 치과에 관련된 그림책을 나도, 누나도 번갈아가며 아이에게 읽어주고, 누나는 동생과 평소에 하던 의사놀이를 치과놀이로 바꿔 동생이랑 놀아주면서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줬다.

미우나 고우나 하나뿐인 동생 챙기는 건 역시 누나뿐인가 보다. 동생을 생각해 주는 첫째의 예쁜 마음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드디어 치과 가는 날, 누나는 동생에게 "파이팅! 잘하고 와!"를 외쳐주며 등교를 하고, 둘째는 어린이집 등원 전 치과에 방문했다.

치과는 어른인 나도 가기 두려워 큰 맘을 먹고, 또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치과에 들어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조용한 분위기의 치과에 들어선 아이는 어린이치과에 갔을 때보다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이미 울고 있는 다른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않은 덕분이었을까.

옆에 앉으신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주시자, 긴장이 풀린 듯 웃음을 짓기도 했다.




아이가 어려 품에 아이를 안고 의자에 앉았다.

누나의 노력 덕분인지 아이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선선히 치과 선생님께 악어처럼(이 또한 누나가 알려준 것) 입을 크게 벌리고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충치는 아니었다.

요즘 포도를 자주 먹었는데, 씨를 씹어먹더니 아주 미세한 찌꺼기가 남아 촘촘한 어금니 사이에 끼어있었던 것이었다.

집에서는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던 검은 점이 선생님 손길에 사라지고 없었다.

걱정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선생님께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나오며 어찌나 홀가분하던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이럴 때 쓰는 표현이구나 몸소 느꼈다.




첫째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 양치질은 물론, 가제수건에 물을 적셔(올바른 방법이 아닐지는 몰라도) 치아 표면을 잘 닦아주었다. 치실도 꼼꼼하게 해 주었고.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해 검진도 받고, 불소도포도 빼놓지 않았다.

평소 사탕이나 젤리, 초콜릿 등은 최대한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단 것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충치가 생겨 올해 처음으로 충치 치료를 했다. 다행히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라 수월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똑같은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둘째도 누나처럼 충치가 늦게 생길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아이의 치아 관리에 소홀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누나가 있어 사탕, 젤리 등 단것에 빨리 입문한 둘째 건만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좀 더 자라면 스스로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꼼꼼하게 잘할 수 없으니 당분간은 열심히 관리해 줘야겠다.

"치과 가기 무서운 거 엄마도 잘 알아. 엄마도 그렇거든. 그럼 우리 평소에 잘 관리하자. 약속!"





제목사진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소원을 말해 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