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 날씨이다. 올해도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새 생명을 잉태하던 봄이 지났고, 뜨거운 태양 아래 시끄럽던 여름의 매미소리도 잠잠해졌다. 그렇게 가을이 왔다. 그리고 곧 겨울이 올 것이다.
군데군데 떨어진 은행 때문에 지뢰밭이 된 길거리를 깡충깡충 뛰어서 지나가는데, 죽은 매미를 두 마리나 보았다. 떨어진 낙엽 사이에서 참으로 애처로워 보였다. 저놈들도 뜨겁게 울부짖으며 구애하던 날이 있었을 텐데.
매미는 종류별로 차이가 있지만 성충이 되기까지 최대 7년의 기간 동안 나무뿌리 밑에서 수액을 빨아먹으며 산다고 한다. 그렇게 자란 성충은 ‘우화’라고 하는 쉽게 말해 탈피의 과정을 위해 땅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것은 5%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5%로는 성충이 되기 전에 천적들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5% 살아남은 매미 중에서도 절반 정도만 짝짓기에 성공한다고 하니, 온전한 매미의 삶을 사는 것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 나머지 97.5%의 매미는 온전한 삶이 아닌 것인가. 그들 또한 매미로서 최선의 삶을 살았던 것 아닐까.
우리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다. 성공을 위해 입신양명을 위해 부와 명예를 위해 어릴 때부터 수많은 경쟁을 해왔고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해 왔다. 분명 2.5%의 매미처럼 승승장구하여 하늘을 나는 삶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97.5%의 삶은 실패한 삶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본디 이 생에 태어난 이상, 모두들 존귀한 존재들이고, 어떤 삶을 살든 존중받아 마땅한 인생들이다. 성공과 실패의 잣대는 비단 부와 명예로만 판단할 순 없을 것 같다.
각자 나름대로의 인생에 있어 최선의 삶을 살았다면 97.5%의 매미와 같은 치열한 과정 속에서 비록 하늘을 날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를 매미의 삶이 아니었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5%이든 97.5%이든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