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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Sep 07. 2019

복덕방 커피


  우리 동네에는 복덕방 같은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거의 매일 아침 혹은 틈날 때마다 들리는 곳인데, 맛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동네 이웃들이 들리는 정겨운 곳이다.

  올여름도 참 무더웠다. 땀을 식히며 잠깐의 업무를 볼 겸 그날도 작은 복덕방 같은 이곳을 찾았다. 구석 창가에 앉아 있는데, 할머니와 손자로 보이는 청년 단둘이 앉아 있었다. 살갑게 할머니를 챙기는 손자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할머니께서는 근처 요양병원의 환자복을 입고 계셨는데, 아마 잠깐 외출을 하신 듯했다.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에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나는 서울에서 있다는 이유로 또는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고 할머니께 살갑지도 않았던 무심한 손자였다. 다 크고 무언가를 좀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였다.

  손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보다 나이는 어려 보였지만 훨씬 더 큰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먼 훗날 후회보다는 따뜻한 기억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오지랖 같아서 내적 갈등을 수십 번 하다가 할머니와 손자에게 작은 치즈케이크 하나를 드리면서 할머니께 건강하세요!라고 말 한마디를 건넸다. 별 것 아니지만, 나로 인해 아니 저 작은 케이크 하나로 인해 손자와 할머니의 오늘이 조금은 더 특별한 날이 됐으면 했다.

  그런데 때마침 나의 행동을 스텝 한분이 눈치를 챘고, 센스 있게 추가로 음료수 한 병을 할머니께 건네는 모습을 봤다. 아마 치즈케이크를 건네는 내 모습에 약간의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던 것 같다.

  치즈케이크 한 조각, 음료수 한 병이 가격으로 따지자면 밥 한 끼도 하지 않는 작은 돈이지만, 그날의 그 값어치는 분명 할머니와 손자, 나와 스텝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감동이 됐을 것이다. 이 작은 복덕방 같은 곳을 자주 이용하며 애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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