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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Mar 26. 2019

장애물



비가 온 다음날 새벽, 산을 올랐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으며 산을 오르는데 바닥이 아직 축축하고 미끄러웠다. 산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가? 특히 이날처럼 미끄러운 날에는 더욱 조심해야 했다.

접지력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야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기에, 평탄한 비탈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돌들이 섞인 거친 길을 골라서 천천히 내려와야 했다.

문득 이 울퉁불퉁한 돌들이 산을 오를 때는 장애물이었을지 몰라도, 내려올 때는 나름 버팀목 역할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병 같을지 모르겠으나, 항상 현재의 상황에 빗대어 모든 것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지금 나는 멈춰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생에 바꿀 수 없는 시간들로 기억되지 않을까 희망한다.

오르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내려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순식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 이때 울퉁불퉁 거칠었던 길들이 완충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필요 이상으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깨어있는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생에 이로운 경험이 된다'라고. 맞는 말 같다.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경험한 모든 실패와 성공들은 배움이란 형태로 체득되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지 않을까.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의 터널 속에서 한줄기 희미한 빛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디뎌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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