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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Mar 25. 2019

고무동력기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던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코코 블록과 레고를 마스터하고, 과학상자 3호기를 시작으로 교내외 관련 대회에서 제법 자주 입상을 하곤 했었다. 고학년(초등학교 5학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행글라이더와 고무동력기 만들기에 입문하여 '고무동력기' 부분 학교 대표로 대회를 자주 나갔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쑤시개만큼 얇은 나무 대를 그 작은 손으로 오물조물 만들고 붙여서 형체를 만든 다음 한지처럼 얇은 종이를 물풀로 붙여 날개를 만드는 형식이었다. 경험에 따른 약간의 팁이라고 한다면, 물풀을 나무 대에 바르고 종이를 붙이면서 손가락에 침을 발라 나무 대와 종이가 뜨지 않고 잘 접착되도록 열심히 침과 물풀을 덧발라 줘야 잘 붙었다.

고무동력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의 관건은 얼마나 양쪽 날개의 균형을 잘 맞추느냐였는데, 날개가 틀어지지 않고 좌우대칭이 잘 맞아야 고무동력으로 프로펠러가 돌면서 하늘을 날 때 바람을 잘 탈 수 있었다.

형체를 만들고 날개를 붙인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가 하나 남는데, 쭈글쭈글한 양쪽 날개를 분무기로 적당히 적신 후 말려줘야 했다. 그렇게 말리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날개가 팽팽하게 펴졌다.

분무기로 물을 너무 많이 뿌리면 날개가 찢어지기 쉬웠고, 물을 너무 적게 뿌리면 날개에 적신 물이 말라도 날개가 팽팽하게 팽창하질 않았다. 적당한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했고, 적당한 양의 물이 뿌려져야 했다. 그래야만 하늘을 멀리 오래 날 수 있었다.

의욕이 너무 과한 아이들은 너무 물을 너무 많이 뿌려서 흥건히 젖게 만들어 날개를 찢어먹었고, 성질이 급한 아이들은 날개가 팽팽해질 겨를도 없이 하늘로 날려버렸다. 당연히 날개면의 생 종이가 펄럭거렸고 바람을 타지 못해 얼마 되지 않아 땅으로 꼬꾸라졌다.

그 어린 나이에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해선 적당한 인고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가 없었다. 분명히 이것은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리고 난 뒤에야 고무동력기의 날개면이 팽팽해졌고, 비로소 바람을 가르며 멋지게 하늘로 날릴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떠한 노력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당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철부지 어린 시절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하나에도 어김없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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