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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Aug 13. 2019

인생 윷판

모 아니면 도? 아니, 도개걸윷모!

김홍도 고누놀이 (출처 : NAVER)


  윷놀이해본 적 있는가? 명절 특히 설날 때 옹기종기 모여 윷놀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 윷놀이 안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윷놀이는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윷이라는 놀이도구를 사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즐기면서 노는 놀이. 사희(柶戱) 또는 척사희(擲柶戱)라고도 한다. 윷놀이 유래에 대한 연구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아직 그 정설은 없다. 부여의 관직명인 저가(猪加)·구가(狗加)·우가(牛加)·마가(馬加)·대사(大使)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는 가설이 유력하다.(1) (1)한국세시풍속사전 참조


  혹시 도긴개긴이라는 말 아는가? 흔히들 도찐개찐이라고 쓰는 방언의 올바른 말인데, 이는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2)이다. (2)표준국어대사전

  결국 ‘도’나 ‘개’나 거기서 거기라는 뜻이다. 도라이나 개새끼도 한 끗 차이인 것처럼. ‘도’나 ‘개’를 우리는 별로 시답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윷패로 ‘윷’이나 ‘모’는 나와야 사람들이 환호를 하지, ‘도’나 ‘개’가 나오면 환호보다는 탄식이 먼저 나온다.



출처 : NAVER


  근데 윷놀이를 해보면 알겠지만 ‘도’나 ‘개’의 윷 패가 때로는 말(馬)을 지름길로 인도할 때가 있으며, 반대로 ‘윷’이나 ‘모’ 때문에 오히려 멀고 먼 길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심지어 ‘백’ 도는 뒤로 한 칸을 물리는 것인데, 그것이 오히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되기도 하고 아예 전세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시기적절한 전진과 후퇴는 윷판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NAVER


  윷놀이야 말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임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철학적인 놀이가 아닐까 한다. 때로는 한걸음 내딛는 것이 힘들 때도 있고 나보다 훨씬 앞서 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비교당하고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인생을 그만 살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루하루 시간은 가고 또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윷가락을 던지는데, 고작 도긴개긴 혹은 윷긴모긴(?) 그 차이에 힘들어하고 자괴감에 빠지고 빠른 포기를 해야 하는가? 윷기고있어! 윷값하네!

  모든 진리는 간단명료하다. 우리가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뻔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느냐 혹은 그간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상기시켜 자극받느냐의 차이다. 인생 뭐 모 아니면 도 그리고 그 사이에 개 걸 윷도 있고 도라고 다 도같고 모라고 다 모같은게 아니다. ‘모’든’개’ 내가 하기 나름 아닌가?

  사실 나의 오늘은 백도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루였다. 따라서 내일은 최소 ‘걸’은 걸어야 ‘개’ 같은 하루가 되겠지. 그런데 ‘도’든 모든 인생은 소중한 것. 개 같은 하루도 내 인생이지 않는가. 그러니 불평불만은 집어던지고 신세한탄도 그만두고 하루하루 열심히 윷가락을 던져야 하겠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다 보면 인생 윷판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개걸윷모 재미있는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그래, 인생! 윷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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