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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Nov 02. 2019

순간에 울고, 순간에 웃고

 벌써 11월이다. 올해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9월 말에 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니,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다. 18년 동안 곁을 지키며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들을 함께 했기에 생각보다 빈자리가 훨씬 컸다. 순간에 울고 순간에 웃지만, 웃는 도중에도 '이렇게 웃어도 되나?' 하는 마음의 죄책감이 컸던 한 달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마음처럼 쉽사리 아름다운 마지막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려견의 마지막 순간에는 반려견 자신도 불안함 때문에 주인이 슬퍼하기보다 오히려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게 반려견의 마지막을 '잘'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픔에 울부짖는 돌이의 눈을 바라보며 애써 웃음 지으려 노력했지만 차마 그동안 수고했고 고맙다며 편히 가라는 말을 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조금만 더 살아주면 안 되겠냐고, 조금만 더 힘내 달라고 끝까지 욕심 가득한 말만 전했던 것 같다. 후회로 가득한 날을 보내고 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나는 편히 웃으며 보내줄 수 있을까?



  아직 돌이가 마시던 물병에 물을 채워 놓고 있다. 괜한 의미 부여하지 말라고 박여사님께서 다그치시지만, 아직은 돌이의 물품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돌이가 한 번씩 왔다 가면서 물을 먹고 간다고 한들 물이 줄어들 일은 없으니 물을 갈아 줄 때면 그 물을 화분에 부어 버리곤 했는데, 부쩍 요즘 그 화분에 꽃이 많이 핀다. 그래.. 괜한 의미 부여하는 게 맞다. 굳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은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꽃이 활짝 피었다. 한참을 쳐다보며 옛 추억에 잠긴 것 같다. 옛 추억이라니.. 이제 지난 과거라니.. 참.. 살아간다는 게, 살아있다는 게, 얄궂다. 영문도 모르고 아침잠을 깨신 박여사님을 안아드렸다. 징그럽다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이 또한 언젠가 과거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아침부터 혼자 또 울컥한다. 그렇게 마음으로 '사랑합니다'를 수십 번 외쳤다.

  돌이야, 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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