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ffalobunch Dec 10. 2019

인사는 미덕


  인사만 잘해도 인간관계에서 50%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거나 뭔가 지는 기분이 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보다 훨씬  좋은 패를 가지고도 악수를 두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인사성 하나는 제대로 밝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같은 아파트 같은  같은 호수의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처음 보는 사람도 '이사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배달하시는 분들에게도 여러  인사를 했다. 뻘쭘해하시는 분도 계셨고, 인사를 건네는 분도 계셨다. "12 사는 인사성 바른 총각?  총각  괜찮더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한마디 건네는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한마디에 얻을  있는 것들이 많다면 까짓꺼 해볼 만하지 않는가? 인사는 미덕이다.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이었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을  같아서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어김없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동네 근처에서 만나는 거라 내가 미리 음식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택시 안에서 침만  바가지를 흘린  같다.

  이미 가본 곳이고, 음식  하나는 확실한 맛집이자, 웨이팅도  있는 유명한 곳이라 상상만 해도 침이 고였다. 쌀쌀해진 날씨에 더더욱 안성탕면인 칼칼하고 매콤한 국물이 짜글 짜글 끓고,  안에 큼직 막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 통돼지 볶음..  국자 큼직 막하게 퍼서  위에 올리고 계란과 김가루를 섞어 슥슥 비벼서 입안 가득  숟갈 넣고 나면 세상 모든 기쁨이 입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비록 현실은 택시 안이었지만 이미  숟가락 입에 들어간 상태였다.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인사를 미덕이라 생각하는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야 했으나, 이미 미각이 이성을 지배해 버린 나는 '감사합니다' 대신 ' 먹었습니다' 외쳐버렸다.

하아..  먹었다니.. ㅋㅋㅋ ㅋㅋㅋ
무엇을?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런데,  말을 들은 기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가관이다.

" 오세요."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인사를 미덕이라 생각했으나, 인사가 미더덕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사님센스인정 #파워센스머신 #발음주의

작가의 이전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