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 잘해도 인간관계에서 50%는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사를 먼저 건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거나 뭔가 지는 기분이 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보다 훨씬 더 좋은 패를 가지고도 악수를 두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인사성 하나는 제대로 밝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호수의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처음 보는 사람도 '이사 온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인사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배달하시는 분들에게도 여러 번 인사를 했다. 뻘쭘해하시는 분도 계셨고, 인사를 건네는 분도 계셨다. "12층 사는 인사성 바른 총각? 그 총각 참 괜찮더라."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말 한마디 건네는 거 사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 한마디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면 까짓꺼 해볼 만하지 않는가? 인사는 미덕이다.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나가는 길이었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어김없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동네 근처에서 만나는 거라 내가 미리 음식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택시 안에서 침만 한 바가지를 흘린 것 같다.
이미 가본 곳이고, 음식 맛 하나는 확실한 맛집이자, 웨이팅도 꽤 있는 유명한 곳이라 상상만 해도 침이 고였다. 쌀쌀해진 날씨에 더더욱 안성탕면인 칼칼하고 매콤한 국물이 짜글 짜글 끓고, 그 안에 큼직 막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 통돼지 볶음.. 한 국자 큼직 막하게 퍼서 밥 위에 올리고 계란과 김가루를 섞어 슥슥 비벼서 입안 가득 한 숟갈 넣고 나면 세상 모든 기쁨이 입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비록 현실은 택시 안이었지만 이미 몇 숟가락 입에 들어간 상태였다.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을 했고, 인사를 미덕이라 생각하는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외쳐야 했으나, 이미 미각이 이성을 지배해 버린 나는 '감사합니다' 대신 '잘 먹었습니다'를 외쳐버렸다.
하아.. 잘 먹었다니.. ㅋㅋㅋ ㅋㅋㅋ
무엇을?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기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더 가관이다.
"또 오세요."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인사를 미덕이라 생각했으나, 인사가 미더덕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사님센스인정 #파워센스머신 #발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