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악수를 난다는 말이 있다. 너무 깊은 고민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 무언가를 선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나는 종종 이런 경험을 하곤 한다. 지나고 나야 비로소 별것 아닌 것들로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이든 시작했다가 그만두고 다시 돌아와도 충분했던 시간들을 그저 고민하는 시간들로 썩혀버렸던 것이다. 좀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좀 더 잘 살고 싶었기 때문에 수없이 했던 고민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다. 사실 좀 억울하다. 누구보다 진지하게 인생을 바라보며 나를 잘 살폈다고 생각했는데..
무모한 도전 앞에 나를 던져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도전 앞에 나이가 큰 벽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세월의 무게가 아니라 두려움의 무게가 아닐까 한다. 해봐야 잃을 것도 많지 않은데, 그 많지 않은 것들도 잃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사실 제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작년과 다를 바 없는 올해의 내 모습이고, 올해와 다를 바 없는 내년의 내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닥치는 대로 던져보고 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 그리고 갑자기 주어진 기회들이 불법적이거나 정당하지 않은 일이 아니라면 모든 경험들은 체화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욱 깊고 넓어 아직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