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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May 08. 2022

슬픔의 유예


얼마 전 개통령으로 통하는 강형욱 씨가 유퀴즈에 나와서 했던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가 개통령이지만 한평생을 함께 한 강아지는 최근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다올이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펫 로스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질문에 “아직 이를 유예하고 있고, 꺼내지 않았다.”라고 대답을 했다.


슬픔을 유예하고 있다는 말. 꺼내기 쉽지 않은 그 사실들과 직면했을 때 닥쳐올 힘듦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스치며 지나는 앨범 속 사진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마주하며 추억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에 점점 옅어지는 기억이 야속하지만, 무너질까 두려운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억이 더 옅어지기 전에 더 많이 꺼내보고 더 자주 추억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다. 각자의 방법대로 언젠가는 이를 극복하겠지만, 그립고 보고 싶고 더 많이 더 자주 함께 해주지 못했던 것들 때문에 쌓인 후회들이 슬픔의 유예기간을 더 길게 만드는 것 같다. 왜 미안한 것들만 점점 더 선명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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