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각 Nov 05. 2020

미국이 간접 선거를 치르는 이유

비효율적인 디자인이 시스템에 끼치는 해악에 관한 좋은 예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라고 불리는 538명의 대리인(Elector)이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각 주 state는 인구 비례에 따라 각기 다른 숫자의 대리인을 갖게 된다. 가령 미국에서 가장 큰 캘리포니아 California 주는 55명의 대리인이 55표를 행사할 수 있고, 가장 작은 주 가운데 하나인 알래스카 Alaska는 3명의 대리인이 3표를 행사할 수 있다.


대리인들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는 일반 시민 투표(Popular Vote)를 통해 결정한다. 대통령 선거 당일, 모든 미국 시민들은 한국처럼 투표소에 가서 투표에 참여한다. 일반 시민 투표에서 한쪽 후보가 승리하면 그 주의 대리인들은 반드시 그 후보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거 다음날인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반 시민 투표 결과 3백만 표 이상의 표 차이로 바이든 후보가 앞서가고 있다. 만약 이대로 캘리포니아 개표 결과가 바이든의 승리로 끝나면, 바이든은 캘리포니아 대리인 55명의 표를 모두 획득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각 주의 대리인 표가 더해져 최종적으로 270표 이상의 대리인 표를 획득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선거인단으로부터 270표 이상을 확보하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Image from PBS NewsHour


미국이 왜 이렇게 복잡한 대통령 선거제도를 유지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의 연방 federation과 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흔히 미국의 주를 한국의 도와 비교하곤 하는데, 사실 미국의 주는 한국의 도보다 훨씬 더 막강한 존재이다. 미국의 주들은 외교권 없는 하나의 독립된 국가에 가깝다. 군사, 외교, 화폐 발행 등을 제외한 입법, 사법, 행정권이 모두 주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약간의 지방자치권이 있을 뿐 대부분의 권력이 중앙 정부에 있다. 미국 국민들, 아니 미국 각 주의 주민들은 주 의원(입법 대표)과 주지사(행정 대표) 및 주법원장(사법 대표)을 대부분 직접선거로 선출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직접 선거를 치르기도 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 주민들의 대표라기보다는 연합체로서의 미국을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대표이다. 미국의 50개 주가 하나로 뭉쳐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 리더의 의미에 더 가깝다.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대표한다는 느낌보다는 50개의 주를 대표한다는 느낌이 더 크다. 각 주의 대표 격인 선거인단 대리인들이 대통령을 뽑는 이유이다.


지난 2016년 일반 시민 투표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했음에도 선거인단 투표수에서 패배하자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제도가 실제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와 관습이 얽힌 복잡한 시스템을 수정하기 위해 갈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비효율적인 디자인이 시스템에 끼치는 해악에 관한 좋은 예라는 점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는 모든 종류의 디자이너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 Cover photo by Stephen Walker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축구보다 치열한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