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나 음식의 맛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 사람의 조건을 먼저 사랑한 것이고
그 시절의 그 사람의 표정과 얼굴이 먼저 생각난다면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한거래.
누구나 아는 맛
누구나 다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 도착했던
그 사람의 삶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일.
그곳에서
얼굴 한편에 서린 그림자를 보면
괜찮냐고 묻는 대신
말없이 맞잡아주던 손길은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날을 건너올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지.
그 사람 앞에서는
서러운 눈물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결국 남는 건
완전하게 갖추어진 조건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내 곁에 불완전한 사람이고
한 사람의 성공이 아니라
함께 버텨낼 시간과 기억
그리고 한 걸음 더
다시 내딛게 하는 용기라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