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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기버기 Jan 31. 2019

현실주의자의 나약함과 행복


나는 효율적인 사람이었다. 돈이 많거나 연봉이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했다. 난 내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철학과 인문학적 가치를 앞세우고 행복론을 연구하는 사람들,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는 것들은 한심하고 이상만을 쫓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으로는 내 자존감을 지킬 수 없었다. 하는 일이 조금 틀어졌고 금방 포기했다. 현실적으로 분석한 결과였다. 작은 실패는 나에게 작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삶에서 길을 잃은 것 같았다. SNS를 보면 화려하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젊은 나이에 성공한 듯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잘난 것도 아니지만 실패를 맛본 나에게는 비교라는 씨앗을 심게 하였다. '난 뭘 해도 안될 거야.' '내 까짓 게 뭘'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고 내 자아가 무너지는 데는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인생이 행복하다고 보여주기 위해 살아간다. 그러나 개인이 바라는 인생의 청사진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삶과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누구나 개인이 바라는 롤모델이 있을 것이다. 특정 인물일 수도 있고, 돈이 많고 쿨하고 정장을 입은 남자, 멋진 몸매에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여자 등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돈과 물질적인 것에 함몰되어 있다면 앞서 말했든 불행해지고 말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 보겠다. 당신은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딱히 꿈도 없고 도덕적 가치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힘이 들면 현실과 타협한다며 당신이 되고 싶었던 롤모델의 기준이 조금씩 낮아질 것이다. 내 목표는 점점 낮아지는데 SNS나 주위를 둘러보면 잘난 사람들이 많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라고 느끼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한마디로 가장 대중적이고 쉬운 냉소주의와 돈, 화려한 외면 등에 가치를 둔 '기성세대적인 관념'은 통제 불가능한 외부환경에 아주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때 통제 불가능한 외부환경이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지인의 죽음, 실패 등이 해당된다. 모두 불행을 안겨주고 이런 불행을 겪었을 때 취약하기 때문에 자신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당신이나 주위 사람 중 '난 꿈은 없고 돈만 많이 벌면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십중팔구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미지출처: https://coreymondello.com/



돈과 물질은 사회적 신뢰, 인간관계, 자아실현 같은 가치들을 약속하지 않는다. 이런 가치야말로 인간의 행복과 안녕감에 필요한 요소인데 말이다.


자아가 무너진 나를 끌어올려 준 것은 부모도, 친구도 아니었다. 인문학과 자아성찰이었다. 인문학의 꽃인 철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 인간의 본질적인 진리를 찾으려 했다. 신석기 이후로 인간은 육체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약 1만년의 인류가 끝없이 고민한 문제를 나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화려한 껍데기가 아닌 단단한 뿌리를 안다면 당신의 근본적인 정신과 자존감도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자아성찰은 자기 인생의 전문가가 되는 법이다. 나는 가장 처음 기억부터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누구가 봤다면 못난 놈이라고 욕할 만큼 말이다. 글을 마치고 나니 외부환경과 나를 인식하는 방식이 변했다. 통찰력이 생겼고 세상에 대한 관점이 바뀌니 행복의 이유도 변했다. 나와의 관계를 알아야 타자와의 관계도 순탄해진다. 그리고 행복은 그런 순탄한 관계들 속에 있다.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 쓰여있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신탁으로 돈을 벌려는 신관의 상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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