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틀렸다4
매사에 깐깐한 사람은 없다. 어떤 부분은 깐깐하고, 어떤 부분은 느슨한다. 대체로 깐깐한 사람 또한 좀 더 깐깐한 부분이 있고, 어떤 부분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나는 먹는 걸 신경 쓰는 편이다.
정확히는 먹는 순서를 신경 쓰는 편이다. 항상 밥을 먹고 간식을 먹는다. 아이들한테도 그 점을 강조한다. 깐깐한 이유는 익숙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머니가 먹는데 무척 신경을 썼다. 어릴 때부터 ‘골골’한 아들 때문이었다.
항상 음식에 영양을 넣고자 했고, 간식도 좋은 걸 챙겼다. 어머니 덕분에 70년대부터 비싼 간식을 먹었다. 그런 어머니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아들에게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익숙함이 원인이다.
물론 익숙함이 원인이라 생각하지만 아이한테 대할 때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어릴 때 피부병을 앓았다’ ‘여린 피부에 과자가 좋지 않다’ ‘건강해지려면 밥을 꼭 먼저 먹어야 한다’ 등등. 다 그럴 듯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심할 정도로 엄한 편이다. 아내도 내 태도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한다.
둘째가 유치원에 다닐 때는 동선이 단순했다. 유치원을 마치고 태권도 학원에 간다. 학원을 마치면 집에 와서 씻고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으면 간식을 먹었다.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했다. 문제는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 학교와 학원을 마친 뒤에도 저녁 먹기까지 여유시간이 많았다. 둘째가 ‘친구랑 놀러갔다 올게’라고 말했다. 아파트 안 놀이터니 별 걱정없이 ‘그래’라고 말했다. 어제 사건이 생겼다. 둘째가 집에 들어온 뒤 “가방을 놀이터에 놔두고 왔다”고 말했다.
저녁을 준비해서 차려주고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본 뒤 놀이터에 들러 가방을 찾았다. 가방 옆에 종이 가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둘째가 들고 간 종이가방이었다. 안쪽에 과자 봉지가 가득했다. 아차 싶었다.
둘째는 아빠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몰래 과자짐을 쌌고, ‘후다닥’ 나갔다. 나는 믿고서 내보냈지만 한편으로는 방심이었다. 별 생각 없이 ‘괜찮겠거니’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서 짚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섰다.
둘째는 식탁 소파에 드러누운 상태였다. 이불까지 덮고서. 밥은 한 숟갈도 뜨지 않은 상태였다. 아내는 다른 일로 바빴다. 속이 ‘부글’거렸다. 과자로 배를 채웠으니 밥이 들어갈 리가 없다. 배가 부르고, 이미 충분히 놀았으니 잠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깨워서 ‘양치하고 자라’고 말했다. 둘째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눈을 떴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양치를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둘째가 태권도학원을 마친 뒤 전화를 걸었다. 친구 전화였다.
“아빠, 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랑 놀래. 괜찮아?”
“그래. 놀이터에 있어.”
바나나와 삶은 계란을 들고 놀이터에 나갔다. 친구랑 그네를 타는 중이었다. 그 자리에서 둘째와 친구는 바나나와 계란을 ‘뚝딱’ 해치웠다. 아이들은 과자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입이 심심하구나’ 싶었다. 어머니는 ‘입이 심심하다’는 말을 종종 하셨다.
그 말이 참 신통하다 싶었다. 딱히 할 게 없어서 입에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입이 심심해서 먹는 경우가 잦다. 먹는 것도 시간을 보내는 한 방법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둘째에게 바나나와 계란을 더 먹고 싶은지 물었다. 친구가 목소리를 높인다.
“좋아요. 김밥도 먹고 싶어요.”
김밥은 다음에 해주겠다면서 달랬다. 집에서 계란을 다시 삶았다. 바나나와 야채주스를 챙겼다. 들고서 내려가니 둘째와 친구가 딱히 하는 건 없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뭐 하고 노나’ 싶은데 딱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친구가 또 말한다.
“아버지, 제가 과자를 사러 갈 건데, 같이 가도 돼요?”
1학년생인 친구는 나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예절 교육을 단단히 받았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자를 사는 건 괜찮은데, 우리 집에선 밥을 먹고 과자를 먹어야 하거든. 그러니 먹는 건 밥 먹고 나서야.”
“아 알겠어요. 그럼 산 다음, 밥 먹고 나서 먹어, 라고 할게요.”
초등학생이 된다는 것은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친구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자에 대해서도 엄마 아빠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숙제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