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 달라는 1학년 아이, 흠...

아빠가 틀렸다6

by 이야기보따리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핸드폰 문제를 이야기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한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이미 주위에 핸드폰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우리집 아이들에겐 초등학교 3학년 때 핸드폰을 갖게 해주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지난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핸드폰이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말했다. 주변 친구나 형들이 핸드폰을 쥐고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째는 그 친구나 형들 옆에서 열심히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핸드폰을 가진 아이들은 밖에서도 계속 들여다봤고, 집에 놀러와서도 들여다봤다. 첫째도 핸드폰 창에 넋이 나간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무거웠다. 먼저 첫째에게 설명했다.


“첫째야. 핸드폰 중독이란 말 들어봤지? 이게 다 습관이야. 습관이 되면 내가 어쩔 수가 없어. 어릴 때 습관이 되면 못고쳐. 다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켜거든. 즐거워서가 아니야. 중독이 되면 내 마음대로 안돼.”


첫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다는 뜻이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습관대로 움직인다. 핸드폰을 쥔 친구나 형들은 여전히 핸드폰을 들여다봤고, 첫째는 괴로워하다 끝내 핸드폰 창으로 몸을 돌렸다.

핸드폰을 쥔 친구나 형들한테도 부탁했다.


“우리집에선 아직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해. 그게 우리집 규칙이야. 너도 우리집에 놀러왔으니 우리집 규칙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같이 놀려고 여기 온 거잖아. 그런데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여기 올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몇몇 형이나 누나들은 그렇게 우리집에 찾아오는 발길을 끊었다. 밖에서 형이나 누나들 사이에서 핸드폰을 보는 첫째 모습이 목격되긴 했지만 그 횟수는 점점 줄었다. 반년쯤 지났을 때 첫째가 다른 사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더 이상 목격되지 않았다.


첫째가 끝나자 이젠 둘째 차례. 둘째가 어느날 태권도가방을 놔두고 학교에 갔다. 둘째는 대범한 편이고, 걱정이 없는 편이다. 임기응변도 뛰어나다. 집에 와서 태권도가방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고, 태권도학원에 가서 학원에 있는 옷을 빌려입는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순간 전화가 걸려온다. 모르는 번호다.


“○○ 아버님이시죠. 저는 방과후 교실 교사인데요. ○○가 아버님한테 전화를 걸어달라 하네요.”

“네, 바꿔주세요.”

“아빠, 내가 오늘 태권도학원 가방을 안들고 갔잖아. 그래서 전화했어. 어떻게 할까.”


둘째는 참 당당하다. 선생님 전화를 빌려서 걸 생각을 하다니. 둘째답다. 태권도학원으로 가라고. 아빠가 학원에 가방을 맡겨두겠다 했다.


그날 오후 집에 돌아온 둘째가 그날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댄다. 밑밥이었다. 중요한 대목은 막바지에 나왔다.


“아빠, 나 핸드폰 필요할 것 같애. 오늘 같은 날, 선생님 전화를 빌렸잖아. 내 전화기 있으면 내 전화기 쓰면 되잖아. 게임이나 다른 거는 안할 거야.”


둘째는 눈치가 빠르다. 미리 선수를 친다. 게임이나 검색, 동영상 시청은 안하겠다고 미리 고백한다. 오로지 전화 걸 때만 쓸 테니 지금 사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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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나 둘째나 초등학교 3학년이 돼야 핸드폰이 생긴다. 초등학교 입학 때까진 괜찮았다. 막상 입학하고 나니 핸드폰 가진 아이들이 흔했다. 그건 유혹이었다. 둘째는 그 유혹에 흔들리면서도 꽤 이성적으로 다가왔다. 이성적인 표현은 대체로 껍질이고, 핵심은 그 너머다.


“둘째야. 오늘 같은 날 안만들어야지. 태권도학원 가방 잘 챙기면 되잖아.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선생님한테 부탁하면 되고.”


아빠가 전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둘째는 입을 ‘삐쭉’ 한 번 내밀곤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뒤에도 둘째는 틈만 나면 핸드폰 이야기를 꺼냈다. 하루는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걸었다.


“아빠, 나 친구랑 놀다 들어가도 돼? 된다고? 알았어.”


간식을 챙겨서 친구랑 노는 놀이터를 찾아갔다. 둘째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살펴보니 친구는 휴대폰에 게임을 켜놓은 상태였다. 휴대폰에선 열심히 게임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둘째는 친구랑 노는 동안 친구랑 게임을 아마 봤을 것이다.


집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위엔 핸드폰을 쥔 친구들이 널렸다. 친구들이 전화 용도로만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핸드폰을 가진 언니나 오빠들은 더 많다. 둘째는 언니나 오빠들한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성격이다.


매번 딸이 있는 곳에 있을 순 없다. 오늘은 책을 들고서 둘째와 친구가 있는 곳에 있었지만 볼 일이 생겨 수시로 움직였다.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아빠가 지켜보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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