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을 수 없게 된다면

나의 생각

by 해뿌

최근 허리가 심상치 않았는데

어제 아이들 방에서 잠이 들었다가

큰 통증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작은 발걸음을 한 발씩 뗄 때마다

큰 충격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뒤뚱거리는 내 모습이 우스웠던지

첫째가 아빠에게 장난을 친다고

나를 뒤에서 슬쩍 밀쳤고

그 충격에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을 가지 않지만

이번에는 심각했던 터라

어기적어기적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항상 여유 있게 느껴졌던 횡단보도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줄어드는 시간이 야속했다.

천천히 걷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동네의 아이들은 빠르게 나를 지나쳤다.


처음으로 디스크 부위에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으면 금방 괜찮아진다고 한다.

아침의 큰 통증을 잦아들었지만

걸을 때 어딘가 부딪히는 찌릿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만난

횡단보도는 아픈 사람을 무시하고

무심한 듯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줄어드는 시간은 또 서두르게 만든다.


아내가 푹 쉬라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그새 비어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프지만 않았다면 이 공간은 천국이지만

오늘은 모든 시간과 공간이 그저 고통이었다.


간신히 소파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왜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아침에 소리친 내 모습이 떠올랐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찾았지만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탓에

한참이 걸려서야 손에 쥘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소리를 지르고

화가 가득한 상태로 문을 박차고 나와

아이에게 사과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첫째에게 미안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었는데

자기는 마음에 갖고 있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했다고 하더라.

아이가 어른보다 속이 더 넓다 느꼈다.


몇 시간을 혼자 누워있으니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잡는 것

코로 냄새 맡는 것

입으로 먹는 것

다리로 걷는 것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을 때.

나는 고작 며칠 아픈 것이지만

며칠이 아니라면 어떨까.

내가 아이들과 나란히

걸을 수 없게 된다면.


나의 머릿속은 한 방향으로 향했다.


내가 가진 그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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