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딸에게 주고 싶은 선물

제가 이메일을 처음 썼던 것은 아마 2000년도였던 것 같습니다.

Daum의 한메일.


첫 번째 컴퓨터는 1989년도부터.

인터넷은 조금 늦게 접했네요.


한메일의 용량이 모자라서 친구들로부터 받은 초창기 이메일 몇십 개를 삭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이 어리석은 결정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메일을 지우지 말아야지.


그 이후로는 받은 모든 이메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회사 메일 조차도.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저장공간이 부족하면 저장공간을 삽니다.

제 삶을 잃어버리기가 싫어서.

이메일을 지운다는 것은 마치 제 삶의 일부가 지워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렸을 때의 사진이 점점 더 소중해집니다.

유년시절과 학창 시절 찍은 사진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돈을 많이 주고라도 다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던 언젠가 어릴 때 앨범을 꺼내 모든 사진을 스캔했습니다.

그리고 구글 포토에 올렸습니다. 10  일입니다.

사진도 항상 원본으로만 간직하도록 했습니다. 흐릿한 사진을 보는 게 싫어서.

구로3동 남부 아파트에서 누나와 함께. 1988년.


디지털 저장공간은 너무나 쌉니다.

내 삶의 일부를 간직하는 대가에 비하면.

어릴 땐 이 계산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제 아이의 사진은 태어난 날부터 하나도 잃지 않고 원본으로 모아 두고 있습니다.

매 해마다 시간 순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깜짝 선물로 내어주려 합니다.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