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은 세전 154만 원이었습니다.
기본급 144만 원에 식대 10만 원.
기본급의 70%를 3개월 간 수습 급여로 받았습니다.
세전 약 110만 원. 세후 약 91만 원.
그때는 별생각 없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여러 생각이 듭니다.
수습이라는 제도는 좋은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서로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깐. 서로 헤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두는 것도 좋지.
우리나라는 해고가 어렵기도 하잖아.
근데 돈은 왜 적게 주는 거지? 일은 똑같이 하는데.
직원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그 기간에는 더 많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수습이라는 제도로 이렇게 너를 간 봐서 미안해. 대신 그 기간 동안 너에게 120% 월급을 줄게. 네가 더 리스크가 크잖아. 혹시 네가 3개월만 하고 그만둔다 해도 뭐라 안 할게. 그건 회사가 부족한 탓이겠지."
에이, 그런 회사가 어딨어요?
하하 그러게요, 이건 좀 너무 나갔나요?
더 많이 주는 것 까지는 그렇다 쳐도 100%를 주는 것은 합당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직무가 있습니다.
편의점처럼 들어가자마자 잘할 수 있는 단순 노동도 있지만, 선배들로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면서 점차 숙련되는 일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이런 관점으로 단순 업무 직종을 제외하면 수습 기간 3개월 동안에는 약간은 돈을 덜 줘도 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똑같은 법률 아래 수습 급여 100%를 주는 회사가 있고 70%를 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직원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입니다.
1. 네가 쓸만한지 아직 모르겠어. 난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로 안 해. 3개월 동안은 70%야. 그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
2. 네가 쓸만한지 아직 모르겠어. 그래도 일단 믿을게. 앞으로 함께할 동료니깐.
이렇게 절대로 손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회사가 나중에 혹시라도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직원들에게 보상을 잘해줄까요?
글쎄요. 이런 회사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 자유를 얻기는 힘들 확률이 높습니다.
요즘에는 최저임금법의 개선이 이뤄지고 사회적으로도 지탄받게 되면서 수습 급여를 적게 주는 경우가 많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수습 급여를 70%를 주는 회사가 지금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회사가 직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거를 수 있지.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 것만큼 창업자의 마음속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이 없는 걸.
진실은 항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드러납니다.